막 오른 플랫폼 택시합승 시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돌아올까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택시 합승’이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로 3일 밤부터 본격 실시된다. 택시이용객의 감소로 인해 택시기사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불거진 '택시잡기 대란'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취지이다.
지난 40년 동안 불법으로 금지돼왔던 택시 합승이 합법화된 것은 지난해 7월 27일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덕분이다.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지만 그동안은 ‘설 연휴’ 기간이었다.
입법 취지대로 택시기사의 수입이 늘어나고 승객들은 심야 시간대 택시잡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3일 밤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 합승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그 동안 택시기사들은 퀵서비스, 배달서비스 등과 플랫폼 노동자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택시기사 수는 빠르게 감소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현재 시내 법인택시 종사자는 2만95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3만527명)보다 31.4%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법인택시 가동률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평균 34.47%에 불과했다.
거리에 택시가 적으니 승객들은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심야 승객이 거의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밤 9시로 제한한 최근의 경우, 밤 10시가 넘으면 거리에 인적이 드물어진다는 것이다.
승객이 줄어서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그 결과 ‘일 나가는 기사’가 격감하는 '빈곤의 악순화'이 되풀이된다는 이야기이다. 운전대를 잡고 거리로 나가봐야 ‘사납금’도 채우기 어렵다는 게 법인택시 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사납금제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법적으로 금지된 제도이지만 경영난에 봉착한 택시회사들의 사정을 봐서 묵인해주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반반택시', 운행시간 및 거리와 무관하게 운행 건당 5000원의 추가수익 보장
현재 택시 합승이 가능해진 지역은 서울시 뿐이다. 합승 택시 플랫폼인 코나투스의 ‘반반택시’가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유예 또는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서울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서울에서 심야 합승택시를 이용하려면 코나투스의 호출앱인 ‘반반택시’를 설치하면 된다. 이용방법은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 실명으로 앱에 가입하고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결제수단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합승을 원하는 승객 A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1㎞ 이내에 있으면서 이동 경로가 70% 이상 겹치는 승객 B를 자동으로 연결시켜준다. 합승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첫째, 합승으로 인한 추가 소요 예상시간이 15분 이하이어야 한다. 둘째, 합승은 최대 두 사람까지만 가능하다. 셋째, 같은 성별의 승객만 합승을 허용한다. 넷째, 과거와 같은 길거리 호객은 불가능하다. 호출앱 ‘반반택시’를 통해 합승만 가능하다.
택시기사들이 이번 제도의 수혜자가 될지가 관심사이다. 요금이 1만원 나오는 거리를 합승으로 이동하면 승객 A, B는 각각 8000원(택시요금 절반인 5000원에 호출료 3000원)을 기사에게 지불하게 된다. 기사는 앱 이용료 1000원을 제외한 1만 5000원을 가져가게 된다. 1명 승객을 태웠을 때에 비해 건당 5000원의 추가수입이 증가한다.
이 같은 추가수입은 운행 거리나 시간과 무관하다. 건당 호출료 6000원을 추가로 받아 앱 운용사인 코나투스에게 1000원을 주고 나머지 5000원을 기사가 갖는 수익구조이다.
따라서 ‘반반택시’에 가입한 개인택시 및 법인택시 기사들로서는 장거리를 뛰는 대신에 단거리를 수차례 운행하면 추가수입을 얻을 수 있다. 추가수입이 떠나간 퀵서비스나 택배산업 현장으로 떠나간 기사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금액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 택배업계 노동강도 높지만 평균수입은 우위...고령층의 귀환은 가능할 듯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수수료 인상요구에 맞서 지난 해 7월 택배기사들의 평균 수익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전체 2만 2000여명 중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37%(8101명)를 차지하고 비용 공제전 월평균 수입인 649만원(연평균 8328만원)에 달한다.
택배노조 측은 “부가세 10%, 대리점 수수료,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손에 쥐는 것은 300만원~500만원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택시기사의 경우 사납금 부담을 져야 하는 법인택시기사보다 개인택시기사가 80만~100만원 정도 더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나마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이 크게 줄어 200만원을 벌기도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택시합승이 허용돼도 청장년층이 택시업계로 귀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택배나 퀵서비스에 종사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층의 귀환은 기대해 볼만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