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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국토 ‘균형발전’ 산업은행 부산행…비판 여론 ‘표심용 감언이설’ ‘금융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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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2.02 08:40 ㅣ 수정 : 2022.02.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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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여야(與野) 대선 후보가 최근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200여 곳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15일 부산을 방문해 도시(부산) 발전을 위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이전 목적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자칫 금융 및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노조 모두 부산 이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정치권이 산업과 금융,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노조는 “국책은행이 이전하게 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도 여야 대선 후보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국토의 균형 발전은 허울에 불과하며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의 위치를 어디로 옮기는 것보다 기능과 역할 개선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대선 후보들이 산업은행을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일부 지역이 열악하다고 본사를 옮기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감언이설”이라고 비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한다는 것은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이 국제 경쟁력을 더 갖추는 게 중요한 상황인데 산업은행이나 국책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내려 보낸다는 것은 지역 표심 잡기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정치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금융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해도 큰 효과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9년 부산시가 금융도시로 선정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29개의 금융기관을 유치했지만 금융산업이 서울에 집중해 있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산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서울에 위치해 있고, 또 금융 관련 입법기관(국회 정무위원회)도 서울에 소재해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종시에 있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도 금융기관과 금융사들이 서울에 위치해 있어 역효과만 클 뿐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인수 매각에 업무가 쏠려 있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기업 본사들이 서울에 위치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된다. 

 

이정민 도시공학박사(홍익대학교 겸임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방으로 내려간 금융사들이 서울에 지사를 만든다면 본사 기능은 축소, 사실상 끝”이라면서 “부산을 금융 도시로 만들고 싶다면 한국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들이 다 내려가지 않은 이상 성공은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대표는 “온라인 시대이기 때문에 본사가 어디든 상관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고객의 접근성을 고려해 볼 때 지방으로 이전하면 서울지사는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례할 것”이라면서 “증권거래소가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지금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는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산업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옮겼을 경우의 역효과에 대한 고려는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울경은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을 발전시킨 제조업(자동차·중공업·중화학)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대전환기 속에 우리나라 경제에 제조업 근간이 흔들리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부울경에 금융기관들이 대거 이전할 경우 제조업 종사자들의 이직이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고임금 직군에 포함돼 있었다. 제조업 쇠퇴로 금융 비전공 잉여 인력들이 금융사로 대거 유입될 경우 임금이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정민 교수는 “미국이 불경기 악순환으로 공장들을 대거 철수하면서 제조업 종사자들이 금융권으로 유입돼 임금이 낮아지고 위기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면서 “제조업 기반의 부울경이 4차산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않고 금융사만 옮겨놓으면 국가 경제가 위를 맞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비슷하게 국민연기금운용본부의 경우 지난 2015년 전주로 이전한 뒤 지금까지(지난해 말 기준) 약 140명의 인원 누수가 발생했다. 국민연기금운용본부와 비슷한 규모의 금융기관 인력이 3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이나 감소한 셈이다. 

 

서진형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이나 공공기관 혁신도시가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한국전력이나 LH공사 같은 기관이 이전하는 게 아니라면 본사가 옮겨진다고 해서 지역경제 발전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서울지사는 비대해지고 본사 인력은 없어지게 되는데 이는 김천 혁신도시가 유령도시로 불리는 사례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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