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車' 꼬리표 단 BMW, EGR 쿨러 리콜로 멍에 벗을까?… "화재 발생 시기만 늦출 뿐"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BMW가 진행하는 디젤 차량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리콜(자발적 시정조치)에도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운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이 엔진설계 결함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사실을 은폐·은닉하고 EGR 쿨러 리콜만 반복하고 있다”며 “그 사이 소비자들은 차량 화재로 인한 생명과 안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 전문가도 화재 원인은 EGR 쿨러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엔진설계 결함에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BMW가 진행 중인 EGR 쿨러 교체는 화재 발생 시기만 늦출 뿐이라는 지적이다.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BMW 디젤 차량의 경우 EGR 쿨러로 보내는 냉각수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설계돼 있다”면서 “EGR 쿨러를 계속 변경해도 설계상 냉각수 투입량이 부족해 냉각수가 끓어 균열이 생기고 누수로 인해 다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GR 쿨러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다시 엔진으로 순환시키는 장치다. 배기가스 온도가 300도를 쉽게 넘기 때문에 식혀줘야 하지만, 내부에서 냉각수가 끓으며 균열이 발생됐고 이 틈으로 냉각수가 새어 나와 흡기매니폴드(흡기 다기관)에 쌓이면서 화재로 이어졌다.
BMW 측은 2018년 자체 리콜을 시작으로 지난 11월24일 EGR 쿨러 개선을 위한 리콜까지 총 6번에 걸친 리콜을 진행했다. 냉각 기능을 강화한 EGR 쿨러 교체와 가연성 재질의 흡기매니폴드를 불연성으로 바꾸고 있다.
BMW 측은 “적절한 시기에 리콜을 받은 차량 중 화재가 발생된 차량은 아직 없다”면서 설계 결함에 대해서는 “소송이 진행 중인 내용이라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 엔진의 특성상 잦은 시내 주행으로 EGR 내부에 카본(연소 생성물)이 쌓이고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출력을 올리면서 EGR 냉각 성능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며 “배출가스 규제가 있는 한 BMW 측이 할 수 있는 것은 잦은 EGR 쿨러 교체밖에 없어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