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종전선언과 미래(하-2)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지난해 11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바이든 미대통령의 공개발언을 단서로 향후 대북정책 방향성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하여 ‘전통적 동맹관계 복원과 다자주의 외교 노선’을 강조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임기가 6개월도 안남은 시점인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5번씩이나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은 국가운명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종전선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10월 2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냐?”는 질문에 “한국과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순서(sequence), 시기(timing), 조건(conditions)에 대해 한국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협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당하는 안보붕괴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볼턴 회고록에 의하면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인 줄 알았다....북한은 문대통령이 바라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신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문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기본입장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저리도 ‘종전선언’에 외교력을 쏟아 붓는 지 이해가 안된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국제정치적, 남북의 군사적 변수가 되어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정치적 업적주의로 보여질 뿐이다.
■ 종전선언 전에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실천과제인 ‘군축협상’부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상대로 “무조건 ‘종전선언’을 하면 한반도에 평화프로세스가 조기에 정착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왜냐면 에티오피아가 종전선언인 평화협정 체결에 성공했지만 지금도 분쟁이 계속되듯이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안보전문가와 예비역 군인들은 "종전선언을 하면 국가안보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된다"며, "우선 정전협정이 폐기되면 통상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하고, 전쟁이 끝난 한반도에서 임무가 종료된 유엔군사령부(UNC)가 해체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주한미군사령부(USFK)의 한반도 주둔 명분이 약화된다. 이를 계기로 한미연합사(CFC ROK/US)가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전작권이 졸속으로 전환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도미노 현상으로 순식간에 들이닥쳐서 ‘한미연합 작계 5015’가 무용지물이 되는 최악의 안보공백이 발생한다. 과연 문정부는 이런 워게임을 검증이나 하고 추진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를 노려오던 '반미·주한미군 철수단체'에서는 연일 ‘미군철수’를 주장할 것이고, 이를 빌미로 미군부대 앞에서 철수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한다면 미국 내 정계와 여론은 철수로 들끓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는 곧 한미동맹의 파기를 의미하고, 안보를 지탱해온 한미연합작전체제가 와해되며, 남북한 군사력 균형이 붕괴되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전쟁 도발위협에 시달리는 망국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의 무력침략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쟁보다 비겁한 평화가 낫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DJ 정권부터 추구해온 ‘남북연합’이라는 낮은 단계의 통일로 북한과 평화적인 국가연합체를 유지하자고 할 것이다.
북한에 순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국가연합’ 상태로 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숨긴 의미는 아닌지 묻고 싶다. 평화를 지킬 힘이 없으면 ‘종전선언’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인 장순휘 박사(육사 38기)는 한 언론사의 칼럼에 “종전선언은 판문점선언대로 군축부터 우선 협상하라”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는 “남북 간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① 불가침합의 준수와 ② 단계적 군축 실현과 ③ ‘종전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및 ④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역사적 과제라고 선언하면서 등장하였으나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집착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9.19 평양공동선언’ 제5조 제③항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차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응한 이행이나 ‘비핵화’를 외면한 채, 노동당 창설 제75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서 소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ICBM, 신형 SLBM 북극성-4A, 장거리 다연장포, 신형 지대공미사일,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신형무기를 대거 선보였다는 것은 대남 · 대미 군사적 협박을 노골화한 것"이라며 종전선언 후의 미래를 분석했다.
장순휘 박사는 결론적으로 “종전선언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실천과제를 남북협상으로 다 해결하고 해도 절대로 늦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 실천과제는 바로 불가침 재확인과 군축 합의의 약속부터 이행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협정의 선결과제이다. 그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재래식 병력무기를 감축할 ‘군축협상’부터 진지하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토로했다.
■ 북한의 목표는 종전선언 통해 안보붕괴의 도미노 현상 유발시켜 한반도를 적화시키는 것
미 기업연구소(AEI)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라는 국제적 목표는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고 종전선언 이후의 미래를 우려했다.
“종전선언문에 서명을 끝내자마자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될 운명이고, 한·미동맹은 미국에서 더 많은 검증의 도마에 오르게 될 처지”라고도 했다. 에티오피아의 사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종전선언과 동시에 한·미동맹도 끝이 나기 때문이다.
그는 종전선언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한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종전선언은 절대 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여러 싱크탱크 소속 학자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김대중 정부가 시행한 햇볕정책에 매우 비판적이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현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에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따라서 장순휘 박사와 에버스타트 연구원이 예상하는 종전선언 이후의 위험한 미래처럼 안보붕괴의 도미노 현상을 유발시켜 국가안보 최악의 위기를 맞을 것이 염려된다.
현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북한 및 이에 동조하는 좌익세력들이 유엔사 해체 및 주한 미군 철수 공세를 펼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전선언과 미군철수 등을 통해 한국을 안보위기에 빠트리고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적화시키는 것'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