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선이 만난 MZ세대 CEO]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하) "구글은 데이터 독점 기업, 메디블록은 데이터 주권 돌려줘"
고은하 기자 입력 : 2021.07.14 07:32 ㅣ 수정 : 2021.07.14 08:34
"의료서비스에서 메디블록 플랫폼이 구글과 같은 역할 하고파" / "닥터팔레트와 메디패스는 의료데이터의 공동관리 및 사용 플랫폼"
뉴스투데이가 이병선 디지털미래정책연구소장과 함께 연중기획으로 MZ세대 CEO들을 만난다. 눈과 귀 그리고 가슴을 열고, 그들의 창업철학부터 사회개혁론까지 모든 것을 가감없이 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약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과학고를 나와 의대를 졸업한 뒤 벤처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이병선 디지털미래정책연구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또 블록체인기술과 메디블록의 비전에 대해서도 자신있는 태도로 설명했다.
■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좋아 과학고에 진학했지만 부모님 권유로 의대 선택"
이 대표는 "과학고를 나와 의대로 진학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과학고를 선택하게 된 과정부터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다. 현재는 코딩열풍이 불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당시 다니던 초등학교에 컴퓨터반이 존재했다.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방과후 컴퓨터반을 신청했다. 컴퓨터반 선생님이 저에게 컴퓨터 학원을 다닐 것을 권유했다. 컴퓨터 학원에 다니게 됐고, 컴퓨터 학원에선 경시대회를 나갈 것을 권유했다. 그 일련의 결과로, 컴퓨터 경시대회를 계속해서 참가하게 됐다.
이 대표는 "경시대회 선배들이 서울 과학고로 진학하길래 자연스럽게 자기도 가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과학고에 진학 후에도 꾸준히 프로그래밍을 했다. 그러는 중에, 고우균 메디블록 공동대표를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이 대표는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많이 했었지만 수학, 물리, 화학이 좋아 과학자를 꿈꾸기도 했다"며 "그런데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당시 외환위기가 터진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절이었고. 부모님께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의대를 갈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권유가 의대 진학의 동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환자용의료정보플랫폼'인 메디블록을 만들기까지에도 여러 가지 과정이 있었다. 'Connecting the dots'(우리의 경험들이 어떻게든 미래에 연결이 된다는 것)'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오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지인들이 있었다. 지인들이 '넥슨 아르바이트'를 권유해서, 간단하게 프로그래밍 알바를 했다. 다만, 의대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단기로 했다. 병원에서도 교수님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잘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의대를 다닐 땐 특별한 차별성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 끝에 프로그래밍을 하면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사실. 당시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의료AI'를 기획했다.
2008년 딥러닝이 알려지기 전인 본과 4학년 때 은사인 서준범 교수를 통해 의료AI를 알게됐다. 서 교수는 이미 서포트벡터머신 방법론을 이용한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의료영상엔 AI가 많이 들어온 것을 깨달았다. 이점을 계기로, 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며 아산병원 영상의학과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레지던트를 마친 후 알파고를 보게 됐다. 바둑대결에서의 알파고로 딥러닝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이에 따라, 의료분야에서도 딥러닝이 많이 들어오게 됐다"며 "딥러닝이 들어온 후 AI 분야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이전엔 의료기관 내에서 재미로 했던 AI가 알파고 이후 완전한 산업화가 됐다"면서 "의료AI산업으로 가면 의료AI를 위한 데이터 공급이 필요하고 데이터는 결국 환자에게서 와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즉, 데이터를 제공하는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환자의 데이터 사용 동의를 얻기 위해 탄생한 '환자용의료정보플랫'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해온 IT지식과 전공인 의학을 연결하려는 고민의 산물이 메디블록이라는 의료벤처기업의 창업인 셈이다.
■ "데이터주권을 돌려주기 위해선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
이 대표가 블록체인 기술을 메디블록에 접목시킨 것도 IT에 대한 꾸준한 관심 덕분이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레지던트때부터 알고 있었다. 또, 새로운 IT 기술들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며 "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깊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원인증 및 진본증명 등의 기술이 필요했다. 어떤 기술로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러는 중에, 블록체인으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데이터주권을 돌려주는 것이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꼭 사용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강조했다.
■ "메디블록의 블록체인기술은 느리지만 데이터 공동관리를 가능케 해"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위한 기술이냐"는 질문에 대해 "블록체인은 세상을 단순하게, 직접적으로 효율화시키는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블록체인기술은 '더 빠른 속도', '대용량 데이터를 더 쉽게 사용' 등과는 거리가 멀다. 블록체인은 합의를 통해 데이터를 생성한다. 합의를 거치기 떄문에, 속도가 느려진다. 또, 용량도 무거워지는 것이 기본 특성이다. 따라서, 그런 측면에선 블록체인 기술이 불리하다.
하지만 이해당사자간의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블록체인이다. 예를 들면, 은행들끼리의 빈번한 거래를 할 때, 특정 주체가 관리하는 것을 원하기보단 중립적인 주체나 공동관리를 원하게 되면 효율적이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들게 되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이 최적의 대안이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터 등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분야도 비슷한 측면이 존재한다.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관리 및 보유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데이터를 제출한다. 다만, 넘어가는 데이터들은 요약된 데이터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의료기관이 보유한다. 이 때문에, 개인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의료기관 데이터를 받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즉, 하나의 주체가 데이터 수집 및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공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니즈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블록체인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의 반대모델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한 주체가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데이터 독점' 기업인 데 비해 메디블록은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 "닥터팔레트 출시와 메디패스 이용자가 증가 통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진면목 보여드릴 것"
이 대표는 "메디블록이 의료분야의 실증적 케이스를 만들 수 있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사용자 입장에선 서비스가 블록체인기술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사용자들은 데이터 정보를 받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디패스엡에서도 사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진 않는다. 다만, 고객들이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삼성 서울병원과 삼성화재에선 모두 블록체인기술로 연결돼있다. 일례로, 삼성병원에선 데이터를 보낼 때 진본증명데이터를 기록한다. 이를 토대로 삼성화재에선 그것을 검증한다. 이런 과정들은 표면에 노출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메디블록이 아직 작은 회사이고 크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덜 알려진 측면도 존재한다"면서도 "닥터팔레트가 출시되고 메디패스 이용자가 증가하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의료서비스에선 메디블록 플랫폼이 기본이 되는 순간을 향해 진진 중"
이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어려웠던 순간은 굉장히 많았다."고 대답했다. "일은 회사의 모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회사 직원들과 함께 해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며 "그러다보면, 뜻이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 혹은 뜻이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메디블록의 직원 수는 45명이지만, 아직도 좋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소장은 이 대표에게 "궁극적으로 메디블록을 어떤 회사로 만들어나가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의료계의 토스', '의료계의 구글'이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구글이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검색도 구글이고 이메일도 구글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서비스'에선 메디블록 플랫폼의 서비스 하에서 메디블록이 기본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메디블록이 기본이 되는 순간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최첨단 의료정보시스템으로 교체시에 메디블록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이 오길 바라며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