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네이버·쿠팡 못 이겨… 카카오 품에 다시 안긴 카카오커머스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카카오가 이커머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재합병한다.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략이 전면 수정된 셈.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 본사로 집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라는 자회사의 역량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네이버와 급성장 중인 쿠팡을 따라잡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카카오커머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방법은 카카오가 존속회사로 남고, 카카오커머스는 소멸한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주식을 100% 인수한다. 합병일은 9월 1일이다.
합병 후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 사내 독립회사(CIC)로 유지된다. 홍은택 대표는 계속 대표직을 유지한다.
합병 이유에 대해 카카오는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카카오 여민수 대표는 "전통적인 이커머스가 아닌, 카카오의 장점을 바탕으로 구매나 선물 맥락의 커머스 경험을 혁신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했다. 선물하기와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다음 쇼핑 등을 포함하고 있는 커머스 사업을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하기로 한 것.
당시 카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국내 고객 위주의 제한적인 커머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카카오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높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5735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2962억원의 약 두 배를 벌었다.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공룡들을 넘지는 못했다.
교보증권 박지원 연구원은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에 대해 "네이버 19.2%, 쿠팡 19.1%, 카카오 3.5%, 기타 58.2%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이버와 쿠팡이 각각 28조원과 22조원의 거래액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하는 동안 카카오의 거래액은 3조원에 불과했다. 네이버보다 약 9배, 쿠팡보다 약 7배의 차이는 최근 늘어난 카카오의 시총에 어울리지 않는 실적이다.
23일 오후 2시 기준 카카오 시총은 약 75조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70조원에 약간 못미치는 네이버보다 한계단 높다.
카카오의 입장에서 전체사업 규모는 비슷한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9배나 앞서있다는 점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는 셈.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와 쿠팡 등 라이벌 회사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카카오의 합병을 가속화한 계기 중 하나로 꼽았다.
네이버는 지난 20일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기로 했다. AI 물류센터를 통해 쿠팡 로켓배송에 대항하는 익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것.
쿠팡은 공격적인 물류센터 신규투자를 발표하며 누적 투자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지난 17일 쿠팡은 부산 강서구에만 2200억원을 투자하며 17만㎡ 규모의 물류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쿠팡의 대규모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카카오 역시 이커머스 시장에 그룹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가치가 아직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박지원 연구원은 "국내 소매 시장 중 온라인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이커머스 침투가 가능한 규모는 2021년 328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연구원은 "음식료품과 음식서비스가 향후 이커머스 침투 가능 거래액의 57.5%를 차지한다"며 "식품 분야의 거래액을 가져오는 기업이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