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곰 이승주 대표(1) '전통'과 '쓰레기'를 재해석 한 패션산업 리더
뉴스투데이가 이병선 디지털미래정책연구소장과 함께 연중기획으로 MZ세대 CEO들을 만난다. 눈과 귀 그리고 가슴을 열고, 그들의 창업철학부터 사회개혁론까지 모든 것을 가감없이 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다시곰 이승주 대표는 현직 디자이너인 최고경영자(CEO)이다. ‘전통’과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이라는 특이한 두 가지 컨셉으로 패션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병선 디지털미래정책연구소장은 이 대표에게 ‘다시곰이란 회사명의 뜻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승주 대표는 “‘다시금’의 옛말이다. 옛것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자 자원순환의 의미”라면서 “ 때문에 이 단어는 저에게 의미가 있다. 또, 제가 곰을 좋아하기 때문에 곰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그래서 레트로한 느낌의 ‘다시곰’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다시곰’의 의미는 ‘전통을 다시’, ‘자원을 다시’로 정리된다. 즉, ‘다시곰’이라는 회사명에 회사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셈이다.
■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과 패션의 접점을 만든 게 다시곰"
이 대표는 “다시곰의 주요 타깃층과 사업성과는 무엇이냐”에 질문에 대해 “초기엔 20대와 30대를 타깃으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윤리적 패션을 좋아하는 소비자층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곰은 이런 분들(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패션에 관해 윤리적 소비를 하는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디자이너로서 우리 전통의상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는 무엇일까. 그는 “저는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경험하고 한국에 왔다. 북미에서 15년~16년 정도 체류했고, 독일에선 2년, 탄자니아에선 1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귀국했다”면서 “자신은 해외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고픈 것’이 생겼는데, 그게 의류 쪽으로 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오히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쪽에서 전통을 컨셉으로 한 시장은 치열한 경쟁시장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게 과제다. 한마디로 미완의 틈새시장이다.
이 대표는 “전통과 재활용을 패션으로 풀다보니, 한복과 기성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걸 독특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기성복을 구매하다가 저희 제품을 사기도 하고, 한복을 입던 분들도 저희 제품을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 위기 때 발상의 전환 시도, "디자인적 모티브는 스스로 창작해야"
이 대표는 전통을 재해석함으로써 독자적인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신고 온 색동신발을 소개하며,“색동신발에도 스토리가 있다. 현재, 색동원단은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색동은 전통적인 것”이라며 “그래서, 2021년에 살고 있는 내가 이런 신발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색동신발 말고도 다른 제품도 생산한다. 갓을 모티브로 삼은 가방이 그것이다. 갓의 모양과 상징적인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갓 모양의 숄더백을 디자인했다. 대표적으로, ‘놀부백’이 있다. 의류 뿐만 아니라 잡화류까지 다루는 셈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위기 때 싹텄다. 이 대표는 한국에 귀국할 당시에 몸이 아팠다. 그때, 한복 만드는 법을 배웠고 서울시의 창업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창업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디자인적인 요소와 모티브는 스스로 창작했다”고 강조했다.
■ 독창성과의 대화를 즐기는 이 대표, 폐현수막으로 업싸이클링 의상 만들어... 오뚜기와 콜라보 작업도 해
이 대표가 추구하는 독창성은 소비자들에 의해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세상에 이런 일이’, ‘누가 저런 걸 만들지’와 같이 놀라운 걸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면서 "저는 생각지 않았던 주제와 재료로 해석하는 것을 즐기는 데 이 때문에 다시곰이 독특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벌기보단 의료와 잡화로 스토리텔링하는 게 더 좋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이 대표는 “‘업사이클링’은 정확히 어떤 개념이냐”는 이 소장의 질문에 " 컵을 다른 에너지를 가하지 않은 채 다르게 사용하면 재활용이다"면서 "새활용은 컵을 뜯어서 힘을 가해 새롭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Upcycling’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대표는 자동차의 운전자석과 보조자석을 뜯어 의류로 재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폐자동차 시트로 의상을 제작한 것이다. 또, 선거철이면 현수막들이 버려진다. 이를 보고, 폐현수막들이 모두 원단으로 보였다.
‘이것들을 디자인하고 샘플을 만드는데 써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각 실행에 옮겼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옷들로 의상을 만들고 촬영을 해보니 반응들이 좋았다. 이 아이템으로 주식회사 오뚜기와 콜라보 작업을 하기도 했다.
■ “ P4G정상회의 참여, SNS에서 제 옷이 가장 독특하다는 평 들어 뿌듯해”
다시곰은 최근 P4G 서울정상회의 새활용 의류 런웨이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남성 모델이 연배가 있으신데, 그 분이 제 옷을 입어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SNS상에서 제 옷이 가장 독특하다는 평을 듣는데, 이점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다시곰이 P4G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회사의 정체성에 있다. 이 대표는 “일단은, 업사이클링을 하는 풀이 있다. 환경연합회에서 5월 중순에 ‘P4G’행사가 있다면서 연락을 취했다. 그래서, 저희는 의상 리스트를 보냈다. 나중엔, 환경연합회 측에서 티저 영상을 찍는다길래 의상들을 먼저 보냈다”며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작업을 먼저 했는데, P4G 티저영상에서 다시곰의 의상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업싸이클링 디자이너 현황에 대해서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레코드라는 브랜드가 있다. 레코드는 코오롱의 남는 원단과 의상들을 해체해서 다시 만드는 브랜드다."면서 " 다시곰처럼 업사이클링을 아트적으로 표현해내는 브랜드도 존재한다. 이외에, 노스페이스 같은 큰 브랜드들도 재생섬유를 사용해 의상을 제작한다”고 덧붙였다.
■ “원단을 선택한 후 스토리를 만들어 창작”
업싸이클링의 특성상 제품 당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이 대표는 “업사이클링 특성상 원단이 원하는 만큼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면서 "이 때문에, 소량으로 생산하거나 커스텀 제작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에 펀딩을 했는데, 431%를 달성했다. 다시곰 제품을 좋아하는 팬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펀딩도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는 게 이 대표의 견해이다. 그는 "저같은 경우엔 스토리가 있어야 창작을 하는 편"이라면서 "다른 디자이너들은 원하는 것을 그린 후 원단을 선택 후 제작하는데, 저는 원단을 먼저 선택한 후 원단에 맞는 제품을 제작한다”고 강조했다.
■ “디자인은 사회적 소통 수단,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색동원단 펀딩 431% 달성"
이 대표에게 ‘디자인은 소통의 수단’이다.
“말 그대로, 저희가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어야 무얼 만든다. 예를 들면 ‘색동’이라는 원단이 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색동원단을 만드는 곳은 단 한 곳 뿐이다. 그게 선염직물인데, 선염직물은 염색을 한 후 염색한 실로 원단을 짜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장될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한국의 ‘Fabric culture이고, heritage(유산)인데 heritage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안타까웠다. 이에 ‘이것은 알려야 한다, 열심히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색동원단 신발 펀딩 성과가 431%를 달성했다.
■ “다시곰은 패션기업이면서 콘텐츠 기업, 해외 패션잡지에 직접 기고해 효과 봐”
다시곰은 패션기업이면서 콘텐츠 기업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모든 것을 지향하지만, 다시곰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엔 콘텐츠를 통해서 화보 촬영을 했다. 특히, 화보촬영의 경우엔 디자이너, 모델, 사진작가 등 모두 콜라보로 진행한다. 때문에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콜라보 진행하는 것이 많은 편이다. 이게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특히 콜라보를 진행시엔 상하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작가와 모델 및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두 재해석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해외생활을 오래 한 이 대표는 영어를 잘한다. 이점을 살려서 해외 패션 잡지에 화보촬영한 것을 직접 기고했다. 기고율이 꽤 좋았는데, 100% 정도에 이르렀다. 기고를 통해 해외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국내에서도 그 반응이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전통을 현재에 맞게 구현하는 게 다시곰의 정체성,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워”
그는 회사의 정체성에 대해 “한국의 전통을 현재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구현한 것이 ‘다시곰’ 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패션 기업으로서는 다소 무거운 정체성이다. 하지만 매년 성장세이다. 그는 “놀랍게도, 성장하고 있다. 점점 파이는 커지고 있다”며 “다시곰을 국내보단 해외 쪽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동 스니커즈 펀딩이 국내였는데, 그걸 외국에서 알고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연락을 취해 구매연결 후 바이오와의 접점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5년 후와 10년 후의 다시곰 미래에 대해 “스토리텔링이 더 강해진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콘텐츠를 제작해서 해외 사람들과 한국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브랜드였으면 좋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