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인터뷰]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북한 비핵화 견인하려면 추가적 ‘핵억제 및 보장’ 대책 필요…아시아판 핵기획 그룹 설립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5.25 13:37 ㅣ 수정 : 2021.05.25 16:24

한미정상회담 나름 성과 있었지만 향후 양국이 이번 합의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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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월 15일 제8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미국Brookings연구소 국제회의에서 ‘전환기 한미동맹의 갈등과 진로’에 대해 발표하는 류제승 부원장. [사진=한국국가전략연구원]

 

[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지난 21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은 한미 동맹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회담의 특징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미 동맹의 결속을 확인하고 두 나라가 공통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가치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 있다. 안보적으로는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백신 스와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군 55만명에게 백신을 무상 지원하고, 한미 간 신기술 협력에도 큰 진전을 이루면서 쿼드 참여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또한 성김 대북 특사 임명으로 북핵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국방정책 분야 전문가인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한미동맹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A.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한미동맹의 미래는 이 기본 합의를 한미 양국이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있고, 그 과정에서 과연 문 정부의 외교 노선이 전략적으로 전환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문 정부는 출범 후부터 ‘균형 외교’를 추구하면서 미국에 편향된 외교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지난 4월에는 문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멘토 역할을 해온 핵심 인사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와중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초월적 외교’가 한국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던 터였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미래 비전을 설계해 공유해왔다. 여기서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1953년 군사 분야에서 시작된 한미동맹 관계를 외교·경제·문화 분야로 확대하고, 지리적으로는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적 차원에서 한미 공동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겠다는 의미다. 

 

Q. 미국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합의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한국 정부의 요구로 협의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2017년에 탄도 미사일 중량 제한 조항을 없앴고, 작년에는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미동맹의 역사는 한미연합방위체제 내에서 한국 방위를 위한 한국군의 역할·임무·능력 비중을 높이는 과정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합의는 의미가 크다. 미사일 사거리 800㎞는 북한의 실존적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사거리 능력을 확장함으로써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을 거부할 수 있는 전략적 억제력을 갖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래 지·해·공·사이버·우주로 형성된 5차원 전장에서 미사일 전력의 중요성과 유용성이 커지는 추세라는 점,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는 물론, 한반도 주변의 무력 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위충분성’ 전력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데 한국군의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Q. 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백신 스와프’ 대신 한국군 55만명에게 백신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A.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백신 지원 요구를 무한정 들어주기 어려운 데다, 다른 국가들을 지원하는 문제와의 형평성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한국에게 백신을 지원할 일정한 명분과 기준이 필요했으리라 본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계약이 체결돼 생산하는 백신을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공급할 예정이고, 이중 일정량을 한국에 배정하는 계획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준비태세와 연습훈련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 한국군 장병 55만명을 대상으로 백신 110만 도즈(dose)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Q. 이번에 한·미 간 신기술 협력이 큰 진전을 이뤘다. 한국의 쿼드 참여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나?

 

A. 쿼드 참여에 관한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미 정상의 공동 성명에 보면, “한국과 미국은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제 한국 정부는 쿼드 참여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졌다. 

 

한미 양국은 5G/6G 기술과 네트워크,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수소에너지, 양자 기술, 바이오, 인공지능 (AI) 등의 신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명실공히 첨단기술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 3월 쿼드 정상들은 신기술 워킹그룹의 운영 목적이 “미래 혁신 기술과 국제적 표준에 대한 협력 활성화”라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의 관련 합의가 쿼드의 신기술 워킹그룹 참여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Q.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이번에 성김 대북특사를 임명했는데, 향후 대북정책의 향배를 어떻게 전망하나?

 

A. 성김 대북특사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문제 전문가다. 그런 그의 역할에 많은 기대가 있다. 향후 북한의 반응을 예상하면 일단 호응은 할 것 같다. 작년 ‘제2의 고난의 행군’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북한 내부 사정이 안 좋지 않은가. 그러나 핵 포기를 안 하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면 바이든 정부 뜻대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전임 국가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와 댄 코츠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서울과 판문점을 방문했던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은 잘 조율된 실용적 접근을 부각시키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 완전 이행”을 공동성명에 못 박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없다”면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관해 국무장관과 교섭한 것에 따른 노력이 있지 않는 한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추후 미북 대화 재개를 전후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신포에서 준비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 북한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하기 위해 ‘핵 그림자 속 드론공격’ 등의 도발 가능성이 염려된다.    

 

지금도 늦었지만 한미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요하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북핵 위협이 증대된 상황에서 한국의 안전을 지키고 북한의 핵 폐기를 강압하는 이중효과를 거두려면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핵 억제 및 핵 보장’ 강화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미 또는 한·미·일과 호주가 참여하는 아시아판 핵기획 그룹을 설립해 핵 위기관리 제도화, 전술핵 재배치 등에 관한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Q.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서 미국 지지를 얻으려고 중국 문제에서 미국에 다가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A.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노선을 대폭 수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떤 구체적인 이행 복안을 가지고 미국의 요구에 부응했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 정부가 얻은 것은,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북한과 협상을 추진한다는 원칙과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대화 지지 발언 등을 공동성명에 담았고, 성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특사로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은 대만해협·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으며,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 주도 지역구조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 한미 양국 정부는 5G/6G 등 신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핵심 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하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한국 해군이 일본, 영국, 독일 해군처럼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여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고, 최근 라캐머러 신임 주한미군 사령관 내정자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지역 분쟁에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추후 한미 간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추가 협의가 불가피하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프로필 ▶ 육군중장 예편. 국방부 정책실장 및 정책국장, 한미연합사 기획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차장 등 역임. 독일 보쿰 루르대학교 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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