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인터뷰] 김영후 전 방진회 부회장, “방산 수출 늘이려면 국방부 장관부터 전시회에서 세일즈하는 자세 가져야”
병무청장 역임하고 ‘DX KOREA’ 자문위원장 맡아…“군 수뇌부, ADEX에 비해 DX KOREA 관심 적어”
[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지난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0)’이 개최됐다. 2014년에 태동한 DX KOREA는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DXK 조직위와 코트라가 주관하며, 짝수년에 개최하여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첨단 지상무기 전시회다.
DX KOREA 2020에는 210개사가 참가했고, 육군 및 방위사업청이 초청한 해외 VIP도 13개국에서 84명이 방한했다. 또 코로나19로 해외출장길이 막힌 국내 방산업체의 요청으로 초청된 외국 바이어도 104명에 이른다. 일반 관람객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이번 전시회는 3일간 1만8천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공식 집계됐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와 관련, 행사 전반을 관장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후 전 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예비역 육군중장)과 지난 6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2014년 DX KOREA 태동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도 산파역을 톡톡히 해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 개최도 코로나19로 부정적이던 국방부·육군·방사청을 끈질기게 설득해 1차례 연기 끝에 성사시킨 의지의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향후 DX KOREA가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지상무기 전시회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말레이시아처럼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군 수뇌부들이 전시회장에 상주하면서 초청된 해외 VIP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에게 직접 세일즈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DX KOREA 2020’의 자문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군수분야 전문가로서 국방부 군수협력과장, 육사생도대장,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 7군단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병무청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개최 전에 코로나19로 부정적 인식이 많았는데, 전시회 종료 후 반응은 어떤가?
A. 육군은 “성공적으로 행사를 지원하게 돼 기쁘다”면서 “산·학·정 협업을 통한 식별 능력과 해결 능력을 키우는 산교육장이 됐다”는 반응이었고, 6개국의 VIP를 초청한 방위사업청 또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방산외교를 잘 펼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며 한국의 저력에 스스로 놀라워했다.
한 방위산업진흥회 임원은 “규모나 성과 면에서 훌륭했다”면서 “당장 내년 2월 UAE 방산전시회에 대규모 한국관을 꾸미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의 전시품 선적을 앞두고 있는데 걱정이 앞선다”며 “자국에서 개최하면 물류비나 참가비용을 줄이고 정부와 소요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성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큰 규모로 부스를 꾸린 한 대기업 임원은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도 실질적 성과가 있을지 우려했는데, 기대 이상의 상담과 마케팅 활동에 대단히 만족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년간 만나야 할 거래처와 방사청·소요군 미팅이 대부분 이뤄졌고, 대기업과 공동으로 정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Q. 해외 전시회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고 구체적 성과는 있었는지?
A. 폴란드 외에는 해외 방산전시회가 모두 취소돼 ‘DX KOREA 2020’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고 한다. 여타 해외 전시회와 달리 이번에 초청된 주요 VIP들에게는 비즈니스 항공권과 특급호텔 디럭스룸 및 최고급 리무진이 제공됐고, 군에서 의전과 경호도 지원했다. 방산 전시회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직접 접촉을 통해 한 단계 관계를 진전시키는 의미가 더 크다.
따라서 이들이 관심 갖는 업체를 사전에 파악해 개막식 및 오·만찬 행사의 좌석 배치에 반영했다. 이와 같은 비즈매칭을 통해 해외 VIP와 업체 관계자가 3일간 함께 보냈고 군부대에서 기동 및 화력시범까지 보며 신뢰를 쌓게 만들었다. 특히 UAE 지상군사령관과 영국 지상장비처장은 생산공장까지 방문해 구매 상담이 진행됐고, 필리핀 국방부 군수차관은 획득차관보 및 해군사령관을 포함한 10여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Q. K-방역과 함께 개최한 것은 의미가 있었나?
A. K-방역과 함께 개최하는 아이디어는 채우석 방산학회장이 냈다. 특히 동남아 15개국 고위공무원단이 K-방역관 참관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15여개국 주한 대사들이 전시회를 참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또 행사장 출입 시 운영된 3단계 방역시스템과 함께 K-방역관은 초청된 해외 VIP 및 바이어들에게 방역 선진국이란 이미지를 심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Q. 일각에서 전시회의 주인과 고객이 바뀐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A.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별도의 주관사가 행사를 기획하다보니 그런 오해를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전시회의 주인은 부스 비용을 내고 참가한 업체들이며, 이들이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주최 측이 할 일이다. 그리고 고객은 수출과 관련된 해외 VIP 및 바이어들이 우선이다. 이들에게 세일즈가 제대로 되려면 군 수뇌부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
참가 업체의 입장에서는 방위사업청 등 방산관련 기관과 소요군 관계자들이 주요 고객이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임원들도 주요 고객이다. 따라서 이들이 한 장소에서 전시품을 보며 서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국방부가 나서 많은 인원들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이번 전시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있다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A. 킨텍스 측이 요청해 더 큰 전시장으로 옮기면서 부스 배치와 관람 동선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특히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업체보다 육군·기품원·육군협회의 공간으로 배치한 점과 전시홀 중간의 차단벽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현재 업체들로부터 문제를 파악 중이며, 제기된 의견은 다음 전시회 준비 과정에 적극 반영할 생각이다.
Q. DX KOREA와 관련해 장관 등 군 수뇌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홀수년에 개최하는 ADEX(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의 경우 국방부가 예산 지원은 물론 조직을 편성해 해외 VIP 초청 및 공식 행사 등을 직접 담당하고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반면, 짝수년에 개최되는 DX KOREA는 예산 지원도 전혀 없고 육군협회 차원에서 행사를 준비하며, 군 수뇌부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ADEX는 항공우주 분야 위주로 비즈니스가 이뤄져 지상무기 분야의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지상무기의 수출을 생각한다면 국내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전시하는 DX KOREA가 더 의미 있는 전시회이므로 ADEX와 같은 수준으로 지원돼야 한다. 또한 장관을 비롯해 군 수뇌부들이 전시회장에 자주 나와 해외 VIP들과 함께 직접 업체의 설명도 듣고 군의 입장에서 홍보를 지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Q. ADEX가 있는데 별도로 지상무기 전시회가 필요한 이유는?
A. 한국은 대다수 지상무기들을 개발해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나라인데다, 국내 방산업체의 80%가 지상무기 분야이다. 따라서 이에 특화된 전시회는 당연히 있어야 하며, ADEX와 DX KOREA에 모두 참가해본 업체들도 수출 성과를 거두려면 지상무기 전시회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보다 방산 기반이 강한 선진국들도 대부분 항공우주와 지상무기를 분리해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추세이며, 방산 기반이 약한 나라만 예외적으로 통합 전시회를 갖는다. 이와 관련한 KIDA 용역 결과도 통합 전시회는 문제가 있고 각 군에 특화된 전시회로 발전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DX KOREA 산파역을 맡아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아는데.
A. DX KOREA는 김성준 前 코트라 쿠알라룸푸르무역관장이 말레이시아가 30여년 전부터 방산 전시회를 크게 개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군 관계자를 접촉하던 중 나와 연결돼 시작됐다. 당시 병무청장을 마치고 잠깐 쉬던 시기인데 김 관장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김판규 육군협회장을 찾아갔다.
김 회장은 육군대학총장 시절 미국 지상무기 전시회(AUSA)를 참관한 이후 지상무기 전시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의견이 일치됐지만 국방부·육군·방사청이 모두 반대했고, 정치권에서도 잘못된 얘기를 듣고 반대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전시회 필요성을 잘 설득했고, ADEX와 개최년도를 분리 개최하는 안을 2012년 5월 제시해 타협이 이뤄지면서 2014년 태동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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