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3)]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코로나19 장기화 및 '제로 이코노미' 경고

이지민 기자 입력 : 2021.04.22 16:40 ㅣ 수정 : 2021.04.22 16:44

"출산율, 물가 상승률, 금리 등이 '제로'에 수렴하는 한국경제 각오해야"/"3단계로 확산돼 수천만명 죽어간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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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KPC CEO 북클럽이 개최됐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이 ‘국내외 경기 흐름과 제로 이코노미’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생산성본부]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성장경로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암울해 보이는 미래를 대응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2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2021 CEO북클럽’ 3회차에서 ‘국내외 경기 흐름과 제로 이코노미’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생긴 우리 사회의 상흔(傷痕)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세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는 반면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우리 경제가 ‘제로 이코노미화’ 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가 개념화한 ‘제로 이코노미’란 중장기적으로 출산율과 물가 상승률, 금리 등이 ‘제로’에 수렴해가는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 조 연구위원, “코로나19는 진정 국면에 도달하지 못했다”

 

조 연구위원은 강연 도입부에 국내외 전반적인 경기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수치 발표에서 국내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으며 1·2분기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힌 주체가 경제적 요인이 아닌 코로나라는 질병 요인이라는 점”이라며 “경제 전문가들은 비경제적 요인인 코로나19가 바꿀 경제 판도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간헐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대규모 재확산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그 예측조차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코로나19 상황이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페인 독감이란, 1918년에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 명에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질병을 말한다. 그는 “전문가들은 스페인 독감과 같이 코로나19는 세 단계에 걸쳐 대규모 확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경제 분야에서 또 다른 코로나19 웨이브를 겪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 수출 산업 덕 봤지만...호조세 지속되지 않을 경우 대비해야

 

조 연구위원은 한국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수출 호조세’를 꼽았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경제 성장세를 주도하는 분야는 수출이었다”라며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년의 경우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앞으로의 경제 흐름은 지난해와 결코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 GMI(구글 모빌리티 인덱스)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비슷한 규모로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더 이상 집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 생활을 즐기며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GMI란 구글이 제시하는 이동성 지표로 코로나19 이동 제한 이후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분석한 조사 결과다. 조 연구위원은 위축되어 있던 국민들의 이연소비(소비를 미뤘다가 몰아서 하는 행위)와 보복소비 심리가 코로나19 1년을 맞이해 터져 나오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민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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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KPC CEO 북클럽이 개최됐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이 ‘국내외 경기 흐름과 제로 이코노미’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생산성본부]

 

■ 제로 이코노미로 향하는 한국 경제...과연 반전될까?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남길 상흔을 △기업 및 가계 부채 폭증 △재정 건전성 악화△좀비기업 급증 △소득 양극화 확대 △코로나 세대 출현 다섯 가지로 나눠 내다봤다.

 

그는 “국내 기업·가계 부채가 전례 없는 속도로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빚잔치가 펼쳐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40% 중반까지 올라왔다”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일본·유럽과 달리 한국의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좀비기업의 증가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빌린 돈에 대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좀비기업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은 더욱 하락한다.

 

조 연구위원은 소득 양극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소득 상위계층은 오히려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지 않는다”라며 “대면 접촉 서비스업 직군이 주로 고용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 소득의 격차뿐 아니라 자산 소득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와 자산 두 분야에서 모두 소득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코로나 세대’의 등장에 대해 시사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고용 충격 상황에서 20대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 보다 더 큰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이 하락세를 타고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며 “가계와 기업, 정부 및 중앙은행이 함께 힘을 모아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조 연구위원은 강연을 마치며 “대응하고 준비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위기는 늘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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