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7)]돈벼락 맞은 아마존 베이조스와 넥슨 김정주의 과제는 ‘극(極)부유세’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4.03 14:59 ㅣ 수정 : 2021.04.27 13:59

부의 증가를 지배하는 3가지 법칙에 담긴 모순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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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NXC 김정주 대표.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부자는 ‘돈벼락’을 맞고 중산층은 ‘벼락거지’로 전락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돈이 많으면 돈을 벌지만 인간의 노동력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돈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비극적 구조는 미국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전세계 억만장자 2365명의 재산 증감 자료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 언론은 누가 최고 부자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이 자료를 보도했지만, IPS측 의도는 다르다. 초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IPS가 정리한 ‘부의 지도’에 따르면 재산의 증가 속도는 ‘3 가지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18일과 올해 3월 18일 사이 재산 증감액을 비교한 결과이다. 

 

■ 부자일수록 더 큰 돈벼락 맞아

 

첫째, 부자일수록 더 큰 돈벼락을 맞는다. 전세계 억만장자 2365명의 재산은 불과 1년 사이에 8조400억 달러(9097조원)에서 12조3900억 달러(1경4019조 원)로 54% 늘어났다. 그런데 전 세계 20위권 억만장자의 재산은 1년 새 68% 증가한 1조8300억 달러(약 2070조6450억원)이다. 

 

억만장자 중에서도 상단에 위치할수록 부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이다. 

 

■ 일자리 창출에 인색한 자본가일수록 부의 증가 속도 빨라

 

둘째, 일자리 창출에 인색한 산업구조에 종사하는 자본가일수록 부의 증가속도가 빠르다. 수많은 자영업자를 먹여살리거나 중산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자본가는 몰락하고, 가급적 인간을 배제한 자동화에 집중한 자본가들이 부의 서열에서 약진했다. 

 

세계 1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재산은 지난해 대비 57% 증가한 1780억 달러(약 201조4070억원)로 집계됐다. 그는 플랫폼 제국의 황제이다. 아마존이 구축한 온라인 배달제국은 수많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도산시켜 정규직 종사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아마존의 자동화된 물류창고의 일꾼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다. 베이조스가 소멸된 오프라인 유통업 대신에 만들어낸 인간 일자리는 비정규직 배달 일자리뿐이다.    

 

아마존은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폭증하는 배달물량을 분류하는 임시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캠퍼 포스'(Camper Force)라는 프로그램을 수년 째 운영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을 잃은 채 캠핑용 자동차(Camper)를 타고 캠핑장을 떠돌고 있는 ‘노마드 노동자(유목민 노동자)’들을 2000명 정도 고용한다. 

 

이들은 배달물품을 분류하고 상자에 담는 일을 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10시간~12시간이다. 일당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과도한 노동이라 건강을 해치기 일쑤라고 한다. 

 

아마존의 최대 돈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플랫폼기업들에게 ‘클라우드’라고 불리우는 방대한 데이터저장 공간 및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에서는 인간이 일하지 않는다. 반도체 칩과 인공지능(AI)이 주력 노동자이다. 

 

2위 부자는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와 그 가족이다. 총액은 1626억 달러(약 183조9819억원)이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4%에 달한다. 루이뷔통은 세계적인 명품패션브랜드이다. 대부분 유통업체가 지난 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재앙을 맞아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것과 루이뷔통의 약진은 대조적이다. 이러한 대조는 소수의 부자를 상대로 한 장사만 수지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인 부호 순위를 보면 더욱 그렇다. 141억 달러(약 15조9540억원)로 한국인 중 가장 높은 순위인 144위에 오른 김정주 NXC 대표는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한 자본가이다. 넥슨은 국내 최대 게임사이지만 신작 게임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개발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관행으로 인해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려온 기업이다. 

 

반면에 84억 달러(약 9조5046억원)으로 287위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59억 달러(약 6조6758억원)로 455위에 오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등은 주요 계열사를 통해 수십만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대부분 평균연봉도 높다. 

 

하지만 부의 성장 속도면에서는 김정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몽구 명예회장의 후계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입장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부자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기여도와 부의 증가가 불일치하는 모순현상은 새로운 갈등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자본의 생산성 보다 ‘머니게임’이 부의 증가 속도 결정

 

셋째, 부의 증가가 생산성의 증가가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머니게임’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부의 증가가 불일치하는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 그리고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벌이는 돈의 전쟁은 생산성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이번 IPS의 발표 자료에서 중국 생수 기업인 ‘농푸산취안(农夫山泉)’의 창업자 중산산(钟睒睒·67) 회장의 재산이 33배 늘어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생산성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초 제출된 상장용 보고서에 따르면 농푸산취안의 2019년 매출액은 240억2100만위안(4조835억원), 순이익 49억5400만위안(약 8421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36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36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농푸산취안에 비하면 매출액은 47배, 영업이익은 43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총수인 이 부회장의 부의 서열은 크게 진전되지 못한 반면 중산산은 기업공개(IPO)이후 주가가 폭등해 세계적 대부호가 됐다. 

 

■ IPS가 공개한 ‘전세계 억만장자 순위’의 메시지는 몰락하는 중산층 구제

 

IPS가 내린 결론은 ‘극부유세’ 징세를 통한 양극화해소이다. 

 

IPS는 “코로나19가 지난해 전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하고 여성, 청년, 빈곤층 등에 악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불균형을 가속했다”면서 “미국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제안한 세제 법안을 기준으로 이들로부터 극(極)부유세를 거둘 경우 연간 34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돈은 지구상 모든 인류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시키는 데 드는 비용인 1412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요컨대 자본의 생산성이 충분히 보답받지 못하고, 인간 노동의 생산성은 경멸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모순 속에서 시들어가는 중산층을 구제해야 한다는 게 IPS가 던진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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