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49)]GSK와 손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코로나 백신전쟁서 ‘진정한 가치’ 부각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5.29 07:26 ㅣ 수정 : 2020.05.29 07:26

인류를 구원할 코로나 백신 개발되면 대량생산은 또 다른 과제/세계 최대 CMO기업인 삼성바이오는 '거대한 도약의 기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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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코로나19 백신전쟁이 글로벌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 전쟁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간 간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백신개발에 나선 글로벌 제약사 및 연구기관 간의 경쟁이다. 인류의 삶이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실현시켜줄 구세주(백신개발 기업)를 가려내는 한판 대결인 셈이다. 그 구세주가 출현하는 시점에,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 사장)는 거대한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개발된 백신을 대량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은 바이오 의약품이므로 대량생산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경쟁 CMO들도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시설 및 기술력에서 우위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인증기관인 영국표준협회(BSI)로부터 3공장에 대한 사업 연속성 관리시스템 국제 표준에 해당하는 ISO22301 인증을 추가로 획득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 BSI 송경수 총괄책임(가운데), 주한영국대사관 마크 버티지 경제참사관이 ISO 22301 인증서 수여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 글로벌 코로나백신 개발 중심축인 GSK와 파트너십/단기간 내 대량생산 위한 전제조건 충족
 
무엇보다도 글로벌 백신개발 전선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계 글로벌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코로나 백신 CMO생산이라는 일감을 따오기 위한 핵심적인 인적 네트워크로 작용한 공산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2일 GSK와  오는 2027년까지 2억 3100만달러(2840억원) 규모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2022년 최초의 상업 공급이 예상되는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Benlysta 성분명 belimumab)의 상업 생산물량을 담당하는 게 골자이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희귀질환치료(specialty-care) 제품으로 계약이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GSK는 백신개발 전쟁에서 핵심고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우선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코로나 백신개발 연구에 핵심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CEPI는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코로나 백신개발을 위해 GSK의 전염병 백신 ‘항원보강제 플랫폼 기술’을 제공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원 보강제 기술은 백신의 면역반응을 강화시킴으로써 백신 1회 투약분의 양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 백신 대량생산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GSK의 기술이 중요한 것은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경우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최대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말이나 내년 1월까지 3억 개의 코로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말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폄하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속도전을 실현하는 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중대 승부처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트럼프의 바람대로 코로나 백신 개발이 조기에 이뤄질 경우, 단기간 내 대량생산은 또 다른 과제가 된다. 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GSK와의 파트너십은 전제조건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 유력한 '구세주' 노바백스, 모더나, 이노비오 등은 모두 GSK의 ‘항원 보강제 기술’ 활용
 
최근 미국 증시를 뒤흔들었던 백신개발업체들은 모두 GSK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GSK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미국 제약업체 노바백스(Novavax)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인간 대상 1단계 임상시험을 개시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기업은 CEPI에게 3억 8800만 달러(4800억원)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백스는 7월에 첫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보건당국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다음에 올해 말까지 생산규모를 1억회 분량으로 증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노바백스에 앞서 지난 18일 미국 증시를 폭등시켰던 모더나도 CEPI의 지원을 받는 제약사이다. 모더나는 자사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다음날 이 회사의 자료 공개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기대감이 수그러들었지만 모더나가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CEPI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에볼라가 창궐하자 에볼라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설립된 민간단체이다. 당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백신개발에 실패했다. 이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코로나19 발병이전부터 코로나19바이러스와 유사한 염기서열을 가진 ‘전염병X’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단체의 지원을 받는 제약회사들은 막강한 자본의 후원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상당히 축적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노바백스 이외에 RNA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 DNA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기업 이노비오, RNA 백신을 개발 중인 유럽 기업 큐어백, 독자적 단백질 백신 개발법을 보유한 퀸즐랜드대 등도 CEPI 자금을 지원을 받아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GSK의 항원보강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서 백신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EPI는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COVID-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해 신속하고 협력적으로 움직였다”면서 “GSK와 협력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그들의 대유행 백신 보조 플랫폼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향후 12-18개월 내에 이 백신을 개발하는데 2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한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 목표를 위해 14억 달러를 모금했지만,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개인과 기관의 추가 기부를 요청했다.
 
■  트럼프의 ‘초고속 개발팀’은 CEPI와 함께 백신개발의 양대축 형성 / 책임자인 슬라위 박사는 GSK에서 30년간 백신 연구
 
CEPI와 함께 미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의 양대축을 형성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고속 개발팀(Operation Warp Speed)'도 GSK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CEPI가 민간단체인데 비해 초고속 개발팀은 트럼프 대통령 직속의 정부기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초고속 개발팀’의 백신 개발 책임자로 임명한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GSK가 배출한 백신개발업계의 거물로 평가된다. 1959년 모로코 태생으로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백신 연구자인 슬라위는 GSK에 1988년부터 2017년까지 30년간 근무하면서 백신개발을 주도했다.
 
슬라위는 CEPI 뿐만 아니라 초고속 개발팀으로부터도 거액의 지원금을 받는 모더나의 이사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슬라위가 초고속 개발팀 책임자로 취임하자마자 모더나는 45명의 임상시험자 전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다는 발표를 했고, 모더나 주가는 폭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도덕성 논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슬라위가 GSK와 가진 오랜 인연을 활용, 초고속 개발팀이 개발하게 될지도 모르는 코로나 백신의 CMO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과제이다. 
 
USA투데이의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초고속개발팀은 14개 백신 후보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중 8개 후보를 선정해 임상실험등에 집중지원하기로 했다. 그 8개 유력후보중 초고속개발팀에게 거액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4곳이다.
 
모더나는 4억 8300만 달러, 존슨앤존슨의 계열사인 얀센제약회사 4억 5600만달러, 영국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 3억 달러, 프랑스의 사노피 3000만 달러 등이다. 미국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95억 달러(2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  또 다른 백신개발 기대주 이노비오는 6월 한국서 임상실험 / 논란 많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진정한 가치’ 조명될 듯
 
CEPI 지원 기관 중에서 코로나 백신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중의 하나인 이노비오도 삼성바이오측과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약업체 이노비오의 조셉 김 대표(51·한국명 김종)는 한국인이다. 김 대표는 6월에 한국에서 코로나 백신 임상 1상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말부터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임상시험을 실시중인 이노비오는 다음 달에 한국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김 대표는 11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면역학 박사 및 와튼스쿨의 경영학 석사 학위를 동시에 받은 인물이다. DNA 주입 기술을 가진 이노비오를 인수·합병해 2014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코로나 치료제 위탁생산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계약금액 약 4400억 원(3.6억 달러)규모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인 중화항체(SARS-CoV-2 mAb)의 위탁생산 확정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눈길을 끈다.
 
내년부터 제 3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의 2016년 상장 이후 단일공시 기준으로는 최대 계약금액이다. 올해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202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에서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인류가 코로나19의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 해법인 백신치료제 개발이 성공하는 순간, 논란 많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진정한 기치도 새롭게 조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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