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22)] 모두를 몰상식한(?) 사람으로 만드는 아이오닉 5

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3.14 00:44 ㅣ 수정 : 2021.03.14 00:44

항공사 광고인가? 자동차광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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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요즘 광고들은 반전의 재미가 있다. 처음부터 대놓고 제품이 등장하는 과거와는 달리 끝까지 보기 전에는 도대체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광고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이오닉 5도 그런 광고 중 하나다.

 

한 남자가 캐리어를 끌며 공항 탑승구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광고는 시작된다. 기내로 들어서자 “탑승을 환영합니다”라는 승무원의 음성이 들린다. 그 승객이 좌석을 뒤로 젖히며 누울 때 “좌석은 뒤로 과도하게 젖혀주시고”라는 의외의 멘트가 나온다.

 

곧이어 그 남자는 노트북, 헤어드라이어, 가습기, 전기포트까지 온갖 전자제품들을 사용한다. “기내에서는 안전을 위해 전자기기의 사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익숙한 방송대신 “각종 전자기기의 연결은 적극 권장합니다”라는 반대의 멘트가 들린다. 충전 중인 자동차의 모습이 보이며 “대기시간이 짧은 점 참고바랍니다”라는 멘트로 마무리 된다.

 

기존 자동차 광고와 같은 폼 나게 멋진 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빙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자동차를 보기 전까지 항공사 광고처럼 보인다. 광고의 배경과 비주얼은 물론이고 광고 멘트까지도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무원이 방송하는 안내방송과 완전히 똑같다.

 

비행기 출발 전 듣게 되는 승무원의 안내 멘트는 대충 이렇다. 좌석 등받이를 젖히지 말라, 휴대폰을 켜놓지 말라,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등 온통 하지 말라는 얘기뿐이다.

 

반면 이 광고는 전기차라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보여주며 전기를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아이오닉 5의 특장점을 기내 안내방송 형식으로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광고대로 했다가는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광고의 화룡점정은 충전시간이 길다는 전기차의 최대 약점을 “대기시간이 짧은 점 참고바랍니다”라는 위트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린다는 점이다. 이 광고는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는 다른 독특한 발상과 대담한 표현으로 소비자의 주목과 관심을 끈다”는 말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관심에 첫 전용 전기차라는 기대감이 더해져 1주일만에 3만5천대라는 사전계약 신기록을 세웠다.

 

반면 이 광고 한편만 보고 “나는 가수다”처럼 “나는 전기차다”라는 정체성에 대한 주장만 있을 뿐 소비자가 다른 전기차가 아닌 아이오닉 5를 사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광고에는 자동차의 본원적 가치인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편의 광고만으로 속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스요리에 비유하자면 이 광고는 입맛을 돋우고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기 위한 에피타이저의 역할을 하는 티저 광고다.

 

당연히 소비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메인 광고는 따로 준비 되어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명대사처럼 이 광고를 기획한 사람들은 이미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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