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3.01 10:17 ㅣ 수정 : 2021.03.01 10:17
영화 찍는 법을 보여주는 한편의 다큐멘터리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아이폰12 프로(Pro) 광고는 영화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같다.
또 한편으로는 영화 예고편과 메이킹 필름을 합쳐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make movies like the movies”라는 광고의 타이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말은 직역하면 “영화를 영화처럼 만들라”는 의미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아이폰 12 프로 하나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영화같은 멋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광고에서는 영화를 찍는 장면과 테크닉이 생생하게 표현된다. 찍는 장면과 테크닉을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촬영을 통해 완성된 화면도 보여준다. 물론 광고에서 소개되는 영화 찍는 장면들은 기존의 크고 무거운 고가의 카메라로 찍을 경우 매
우 불편하거나,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면들이다.
그러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했던 그 유명한 대사 “그 어려운걸 해내지 말입니다” 처럼 그 어려운 촬영을 아이폰 하나로 너무나 쉽게 해낸다.
이 광고의 핵심 주장은 제품에 초점을 맞춰 표현하면 “아이폰 12 프로에 장착된 고성능 다기능 카메라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 만큼 우수하다”가 되고 소비자 Benefit에 초점을 맞춰 표현하면 “고성능 다기능 카메라가 장착된 아이폰 12 프로로 더 쉽고 편하게 영화 같은 멋진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가 된다.
보통의 광고였다면 카메라 기능의 우수성을 대놓고 자랑하거나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어떠한 자랑도 설명도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제품의 기능적 특성과 우수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 한편의 광고는 우리에게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라는 호기심에 대한 대답을, 보통의 영화 촬영용 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는 장면을 찍는 새로운 촬영 솔루션을, 촬영 과정과 테크닉 그리고 완성된 영상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를, “영화는 아무나 찍나?”라는 편견을 깨고 과감히 영화에 도전해 볼 용기를 준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아이폰12 Pro를 가지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만들어 낸다.
표현방식의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광고는 목적이 서로 다르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한 것이다.
반면 광고는 영화건 드라마건 어떤 예술의 형식을 차용 하더라도 광고를 통해 이루어야 할 확실한 목표가 있다. 광고는 광고에 나오는 제품을 사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영화는 영화를 통해 팔아야 할 제품은 없다.
물론 영화가 성공하면 출연 배우들도 유명해지고 여기저기 캐스팅 되며 잘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성공으로 인한 부수효과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아니다. 효과적인 표현 방법으로서 광고가 영화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좋지만 단지 영화 같이 폼 나는 광고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이는 잘못된 광고다.
그런 점에서 이 광고는 영화 같은 멋진 영상과 스토리의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차고 넘칠 만큼 광고의 본분에 충실하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