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로 본 청년취업대란(14)] 2020년 신조어 ‘언택트’로 보는 비대면 채용과 고용절벽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올해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는 ‘언택트’이다. ‘언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토종 신조어로,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2017년 11월 출간한 ‘트렌드코리아2018’에서 김난도 교수 등 8명의 공저자가 ‘방문하지 않고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언택트 기술로 이름 붙인 데서 비롯됐다. 언택트는 접촉하다 뜻의 contact에 반대 접두사 un을 붙인 말이다. 영어권에서는 컨택트의 반대말로, noncontact 또는 contactless를 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함에 따라 사람과의 접촉을 지양하는 비대면의 의미로 널리 사용 중이다.
올해 채용시장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언택트’가 도입된 사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채용 과정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AI면접·비대면 면접이 보편화됐고, 재택에서 인적성검사를 응시하기도 했다. 또한 언택트 채용 박람회로 수만명의 취준생들이 동시 접속하는 행사가 마련되는 등 비대면이 채용시장의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 ‘언택트 채용’ 서류에서 면접까지 모두 비대면…인프라 부족으로 ‘디지털 양극화’ 초래하기도
‘언택트 채용’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삼성은 사상 최초로 ‘온라인 삼성고시(GSAT)’를 시행, 수만명의 응시자들이 집에서 GSAT를 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SK텔레콤은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처음으로 ‘비대면 면접’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금융, 산업 전반에 걸친 비대면 채용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언택트 채용과 관련 “우려와 달리 비대면 채용방식이 잘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접촉으로 인한 코로나19의 위험이 사라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절감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원자들은 언택트 채용이 코로나19로 감염성을 줄여 안전하지만 장소, 디지털 인프라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면접의 어려움을 높이는 ‘디지털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언택트 채용을 검색해보면 집에서 면접을 볼 수 없어 비용을 지불하고 장소를 대여한다는 의견, 개인 노트북과 웹캠이 없어 휴대폰으로 면접을 봐야 하는데 불이익이 있을지 걱정된다는 등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면접으로 인해 발생된 불편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 하반기 ‘언택트’ 채용에 지원한 박모씨(26)는 “비대면 채용의 취지는 좋으나 시험과 면접에서 네트워크가 불안정할까봐 걱정돼 공유 오피스 회의실을 대여해야만 했다”며 “주변에서는 노트북, 웹캠부터 방을 깔끔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배경지까지 비대면 채용을 위한 다양한 준비물을 구매하는 편이라 신경쓸 것이 많다”고 말했다.
■ 언택트 채용에도 불어닥친 ‘고용한파’…한경연, “고용 수요 당분간 회복 어려워”
비대면 채용방식이 코로나19에도 기업 신규채용시 하나의 방법으로 채택되긴 했으나 여전히 고용시장의 취업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2020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대기업 500곳 중 74.2%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경연은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에서도 고용 부문에 부정적 전망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고용 전망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감소한 92.4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월(11월) 기준 1995년(89.0포인트) 이후 25년 만에 최저 수치다.
한경연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환경이 악화됐고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로 향후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채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기업 인사담당자들 역시 앞으로의 채용시장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458명 중 2021년 채용시장 전망과 관련 올해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와 비슷할 것 같다는 40.4%,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응답은 39.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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