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 선택한 민주노총, 벼랑끝 위기에 서다
[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끝내 거부했다. 노사정 합의문에 민주노총이 요구한 ’해고금지‘ 대신에 '고용 유지' 조항이 포함된 게 핵심적 거부 사유였다. 해고금지를 명문화하지 못했던 외환위기 당시에 대량해고가 발생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안의 민노총 내부 추인이 무산된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벼랑끝 위기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합의안 무산을 둘러싼 내홍과 싸늘한 사회적 시선이라는 양대 악재가 불거지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사실상 짐작할 수 있었다. 노사정 합의안 반대파에선 20일 재적 대의원의 과반인 809명으로부터 합의안 폐기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23일 투표 결과 재적 대의원 1479명 중 1311명이 투표에 참여해 80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61%의 반대로 부결된 것이다. 찬성은 499명, 무효 7명이었다. 투표 결과를 보면 서명을 한 대의원들은 거의 고스란히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내 반대파는 민주노총이 요구해온 ’해고 금지’가 노사정 합의안에서 빠진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해고 금지가 ‘고용 유지’라는 추상적 용어로 대체됐다는게 이번 합의안 거부의 핵심 사유다. 경영계의 요구가 일부 반영한 부분에서도 반대파가 동요했다.
노사정 합의안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40여 일 간의 지난한 협의 끝에 어렵게 완성된 안이다. 핵심 내용으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90%로 상향하고 3개월 연장 추진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자금 지원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고용보험 재정건전성 확보 등이 담겨 있다.
해당 합의안은 ‘법적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더라도 노사정 합의 자체는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 부결 사항과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 대화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 우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이번 합의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의 보호와 지원이었다. 하지만 ‘고용유지’라는 대목만으로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사정 잠정합의안 거부는 그간 정부가 민주노총을 노사정 대화의 틀 안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친 민주노총으로서는 이제 투쟁만으로 코로나 19로 위기에 빠진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민노총이 ’사회적 고립‘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