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4월 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일본 내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차례 진정세에 접어들자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택근무에 대한 이미지는 기업과 직장인 모두 완전히 뒤바뀐 후였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재택근무였지만 막상 해보니 기업들은 생각보다 부작용도 적고 변함없는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매일 지옥철에 시달렸던 직장인들의 만족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글로벌 인재의 해외취업을 위한 이직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휴먼 글로벌 탤런트(ヒューマングローバルタレント)가 외국인 256명을 포함한 직장인 497명을 대상으로 4월 중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후에 생산성이 이전보다 올랐다고 답한 비율은 일본인이 45%, 외국인이 48%였다.
재택근무라도 생산성에 변함이 없었다고 답한 비율도 일본인 29%, 외국인 19%를 기록해 국적을 불문하고 70%정도의 직장인은 재택근무가 업무성과를 해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생산성이 오른 이유는 일본인과 외국인 모두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일본인 87%, 외국인 74%)을 첫째로 꼽았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각 83%, 63%), ‘직접 일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각 52%, 59%)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들 역시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하고 도쿄도가 이번 달 1일부터 휴업요청을 큰 폭으로 완화했음에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고 더 나아가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계속적으로 이용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밀리마트로 유명한 이토츄상사(伊藤忠商事)는 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와 시차출근을 허용하고 있어 오전에는 사무실 출근, 오후에는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성 있는 근무가 가능해졌다. 직원들의 크고 작은 모임을 막기 위해 사내식당도 모두 폐쇄한 상황이라 재택근무 비율은 6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재택근무 이용률을 아예 목표치로 설정하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의 대형통신회사 NTT는 5월까지 총무, 경리, 인사와 같은 내근직원의 90%를 재택근무로 두었지만 6월에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라이벌 기업 KDDI는 더욱 높은 70%를 재택근무 목표비율로 잡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는 주 2~3회 출근만으로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인사평가 제도를 손보고 코로나 후에도 재택근무 비율을 상시 50%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시세이도 역시 사무실 출근을 항상 50%로 유지하는 근무제도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대형종합상사 마루베니(丸紅)도 전 직원들에게 기존에 공지했던 ‘출근금지 원칙’을 ‘재택근무 원칙’으로 수정했다. 마루베니 홍보담당자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근하지 말고 지금처럼 재택근무를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사측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두고 저널리스트 이노우에 토시유키(井上 トシユキ)는 ‘지금까지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야만 한다는 가치관이 컸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재택근무 도입은 좋은 흐름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