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윤혜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해외 투자은행(IB) 사업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인 가운데 최근 미국과 유럽의 봉쇄조치가 풀리자 국내 은행들이 IB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는 해외 투자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해외 IB 데스크를 활용하면 정보수집이나 투자대상에 대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꽉 막힌 IB 부문의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주요 은행들이 IB 부문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은 물론,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며 금리 차에 따른 수입인 예대마진이 감소하자, 국내 주요 은행들은 가계 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IB 사업에 을 집중해왔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소상공인의 대출은 급증했지만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10조1000억원에 그쳤을 뿐이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0.2%인 229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 IB 사업이 포함된 비이자 부분의 수익은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3억원이 줄었을 뿐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지난해 사업의 영향으로 이익 하락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IB 분야에서 금융 주선 업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하며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민영항공사 비엣젯(Vietjet)과 에어버스321 10대를 구입할 수 있는 1억4000만달러 규모의 금융 주선 업무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중국공상은행(ICBC) 항공기 리스 자산 매각 거래에서 주선권을 확보해 3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두었으며, 총 10건의 신규 계약을 주선했다.
신한은행은 홍콩 금융시장의 주류에 합류하기 위해 홍콩에 지점을 설립한 후, 홍콩 부동산 포트폴리오에 참여하거나 자체 심사역을 통해, 2000만달러 이하의 대출 건에 대해 현지 지점 자체 전결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성과를 내던 해외 IB 사업은 올해 코로나19라는 장애물을 만나면서 잠시 걸음을 멈춰야 했다. 해외 출장이 금지되고 프로젝트가 멈춰서면서 해외 IB 사업은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기존에 해외에 진출한 IB 데스크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와의 소통에 주력하며 기회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중 은행들은 IB 부문 조직 개편은 물론,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IB 데스크는 해외의 현지에서 일어나는 주요 IB 사업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진행하는 하나의 창구를 일컫는다.
우리은행은 2017년 하반기부터 뉴욕·런던·시드니·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에 IB 데스크를 설치했으며 최근에는 베트남의 호치민과 인도 뭄바이에 IB 데스크를 구축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뉴욕·런던·시드니에, 신한은행은 뉴욕·동경·호치민에, KB국민은행은 뉴욕·런던·도쿄·홍콩에 IB 데스크를 설치했다.
이처럼 해외 IB 데스크를 설치한 덕에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은 지난달 말과 이달, IB 부문 거래를 바로 재개할 수 있었다.
KB국민은행은 12일, 캐나다에서 약 2097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PF 선순위대출과 관련한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 4월 말에는 아랍에미리트의 플랜트 프로젝트에 약 1230억원 규모의 에쿼티브릿지론(Equity Bridge Loan)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IB 사업은 수수료 비율이 낮아도 금액이 커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통 북미나 유럽권에는 대형 플레이어가 IB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트랙 레코드(실적)를 통해 경쟁력을 쌓은 후, 더 큰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추가적인 IB 데스크 설립 계획은 없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적극적으로 해외 IB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은행들도 IB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존의 기업금융그룹을 CIB(Corporate·Investment Banking) 그룹으로 개편하고,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IB 사업본부와 글로벌본부로 이분화했다. 또한 해외 인프라 투자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금융부에서 담당한 업무를 분리, 인프라금융부를 신설했다.
KEB하나은행은 조직 개편을 통해, IB 사업단에 해외 인프라·부동산 투자·프로젝트 금융 등을 담당하는 ‘글로벌IB 금융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권광석 행장 취임 후 조직 개편을 통해 ‘PIB(PB+IB) 비즈니스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이 출범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PB와 IB를 결합한 ‘PIB센터’를 개설했다.
더욱이 시중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공개 채용을 미루고 있지만, IB 부문은 꾸준히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IB 부문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일부 전문 분야에 수시 채용을 도입한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개 채용을 미루는 대신 IB 분야의 수시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은행권의 영업 환경이 비대면으로 변한 것이 공개 채용이 미뤄진 이유 중 하나”라며 “이에 디지털 분야나 IB 부문에서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