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종금사 뗀 메리츠증권, 초대형IB로 부상할 비책은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5.28 05:10 ㅣ 수정 : 2020.05.28 15:42

자본확충으로 사업확대 여력 확보·해외대체투자 등으로 수익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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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최근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된 메리츠증권이 어떤 방식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자본확충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대체투자·리테일 강화 등 수익 다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금사 타이틀에서 졸업한 메리츠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합류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IFC타워에 입주해 있는 메리츠증권 본사.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 1분기 자기자본은 4조318억원으로 5년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초대형IB 인가는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개별재무제표 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아직 3조원 후반대 수준이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종금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종금형수신상품(CMA) 등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또한 건설사를 상대로 신용공여를 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의 부동산 금융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4월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된데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우발채무(채무보증) 규제로 인해 사업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표=뉴스투데이 / 자료=메리츠증권]

■ 메리츠증권, 1분기 IB 실적 61%↑…부동산 우발채무 관리는 숙제

 

올 1분기 메리츠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02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2%(607억원) 감소했다. 당초 컨센서스(평균 실적전망)가 78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선방한 수치다.

 

순영업수익은 3051억원으로 10.9%(375억원) 감소했으나 IB부문 실적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143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61%(542억원)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2.9%(41억원) 올랐다. 타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IB 수수료수익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메리츠증권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올해 1분기 실적이 양호했던 것은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와 같은 굵직한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IB부문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월 17일 제이알투자운용·AIP자산운용 등과 함께 네덜란드 부동산기업 브레이바스트로부터 파이낸스타워를 약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종금사 타이틀을 떼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를 주수익원으로 삼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업계 20위권이었으나, 2010년 이후 부동산PF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5위권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2018년 1분기부터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 달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우발채무 규제를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증권사는 2021년 7월까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100%이하로 맞춰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말 기준 채무보증잔액이 5조원대로 자기자본대비 140%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기자본대비 약정잔액비율이 100%를 상회했다.

 

또한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됐기 때문에 자본적정성·규제레버리지비율 계산 등에서 더 이상 특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월부터 선제적으로 종금 라이선스 사용을 중지하는 등 리스크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메리츠금융지주 대상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본확충

 

메리츠증권은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자본을 확충해 초대형IB를 향한 초석을 다질 방침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신주 5865만주를 액면가(1000원)의 3.4배 수준인 3410원에 발행한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 측은 “그룹 차원에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부 자금 없이 최대주주만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내달 2일 납입이 마무리되면 자본적정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수치가 큰 폭으로 개선된다. 메리츠증권의 구NCR(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올 3월말 기준 151.3%에서 159.7%로 8.4%포인트(p)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 B씨는 “증권사는 유상증자로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확보된 자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 1호 해외부동산 글로벌리츠 상장까지…해외대체투자·리테일 강화 등 수익 다각화 나서

 

수익 다각화의 한 방편으로는 IB부문 중에서 부동산PF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를 관리하면서 해외대체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앞서 매입한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 27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공모규모를 45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공적으로 상장된다면 국내 증권사들 중 글로벌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셀다운(미매각)이 어려운 해외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선례를 세울 수 있다. 해외대체투자가 부동산PF 규제로 풍선효과까지 더해져 과열양상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셀다운 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활로를 여는 것이다.

 

B씨는 “메리츠증권의 해외부동산 리츠가 흥행한다면 여타 리츠들도 기존 포트폴리오에 해외 부동산을 추가하는 등 셀다운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방편을 찾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에서 고수익을 위한 지분성 투자 혹은 후순위 투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산가치가 하락하거나 위기 발생 시 증권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벨기에 파이낸셜타워의 경우 선순위 투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인 안정성을 담보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고금리 상품 출시 등을 앞세워 리테일 부문에도 힘쓸 계획이다.

 

코로나발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거래대금이 폭증하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메리츠증권은 큰 수혜를 얻은 편은 아니다. 올 1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35.6%(32억원) 증가한 122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높았지만 증가폭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지난 7일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2%대 전자단기사채를 출시했다. 1차 발행 금액은 1017억원이다. 2차 발행은 지난 10일 이뤄졌으며 금리는 1개월 2.2%, 2개월 2.3% , 3개월 2.4% 등 만기일에 따라 차등화했다. 향후에도 고금리 상품으로 고객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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