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4·15 국회의원 총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회사들이 있다. 바로 후보자들의 선거전략을 기획하고 각종 홍보물을 만들어 주는 기획사다. 이곳에서는 재택근무도 휴직도 없이 직원들이 철야근무를 밥먹듯이 하고있다.
■ 최소 1조 풀리는 4·15 총선, 얼어붙은 경제에 ‘작은 모닥불’
4·15 총선은 꽁꽁 얼어붙은 우리 경제에 조그만 모닥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합법적인 선거운동 비용만 전국적으로 최소 1조원 정도가 풀리고 각 후보진영과 선거사무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 주로 몰려있는 선거기획사는 보통 10여명 정도의 후보를 고객으로 선거전략 기획, 홍보컨셉 수립, 각종 인쇄물 제작 등을 하고 있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기획사마다 출마희망자 40~50명의 뒷바라지를 했지만 각 정당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고객’의 수가 확 줄었다.
■ 기획사별 후보 10명선...“너무 많으면 서포트 어려워”
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위치한 선거기획사 자루(JARU)는 여의도 정가에서는 실력있는 중견 기획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대선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선거공보 기획 및 제작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선거공보는 모든 유권자의 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선거 홍보물로 꼽힌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제작비용만 수십억원대에 달한다.
자루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와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경남 산청 함양 거창 합천) 등 10여명에게 선거기획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박수현 후보의 주요 상대는 미래통합당 정진석 후보, 강석진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전경남지사와 대결을 벌이고 있다.
선거기획사의 실적과 평판은 고객인 후보의 당선 여부에 달려있다. 이와관련, 자루의 한 관계자는 “이번 4·15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 때문에 결국 당대당 대결구도로 귀착될 것”이라며 “우리 고객들은 정당 공천자들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낙승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 실력에는 이념이 없다? 기획사 마다 여야후보 골고루
각 기획사마다 고객이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고 여야 후보를 골고루 확보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의도에 있는 기획사 ‘피알팩토리플랜’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후보(인천 부평구을)와 재야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옮긴 장기표 후보(경남 김해을) 등 거물급 정치인이 고객이다.
이 회사 홍기표 대표는 “후보들이 기획사를 선택하는 최우선 기준이 기획력과 디자인 실력이다 보니 정당이나 정파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기획사의 가장 큰 능력은 후보자에 맞는 슬로건을 개발하고 이미지와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 가장 바쁜 사람은 디자이너...선거 끝나고 장기휴식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에 자리잡은 코리아 프린테크는 김봉환 대표가 고려대 586 운동권 출신으로 맺은 인연에 따른 고객이 많다. 서울 관악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김성식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후보(경기 화성을) 권칠승 후보(경기 화성병) 등이 주요 고객이다.
코리아 프린테크는 중소 기획사와 달리 직접 인쇄소를 운영한다는 강점이 있다. 선거철에는 한꺼번에 인쇄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기획사가 인쇄소를 갖고 있으면 디자인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 품질이 훨씬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선거기획사에는 선거전략을 짜는 기획자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등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일한다. 이중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디자이너들이다.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 디자이너 대부분이 철야근무를 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한달이상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우리나라의 선거시장은 그동안 평균 2년마다 ‘장’이 열렸다.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으로 2년뒤인 2022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한꺼번에 치르져 역대 선거상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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