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작년 10월 일본의 소비세는 8%에서 10%로 인상되었다. 소비둔화와 경기악화를 우려하는 전문가들과 여론의 우려가 있었지만 이미 두 차례 소비세 인상을 연기했던 일본 정부로서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 경기는 아베가 주장했던 대로 오히려 좋아졌을까. 이에 대해 지난 달 일본방송 ‘모닝 CROSS’에 출연한 교토대학 후지이 사토시(藤井 ?) 사회공학교수는 작심한 듯 소비세를 다시 5%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매업 판매액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이에 대한 원인을 예년보다 따뜻했던 겨울의 영향으로 난방이나 의류매출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후지이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정부는 소비세 인상의 탓으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경제산업성을 포함한 정부기관 모두 하나가 되서 경기악화의 원인을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과거 소비세가 97년에 5%로, 2014년에 8%로, 2019년에 10%로 인상될 때마다 소매업 판매액이 전년 동월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점을 지적한 그는 "이번 증세는 과거 2회의 증세 때보다 심각한 경기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소비세가 인상될 때는 인상 직전에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후 직후에 다시 폭락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경우는 직전의 소비증가폭은 미미하고 폭락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 것을 그 근거로 들며 소비력이 있는 국민 자체가 이전보다 줄었다고 분석했다.
방송 내내 그의 작심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일본이 망한 것은 1997년에 증세를 한 이후부터다", "과거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뒤처진 성장으로 (일본이라는) 문자대로 세계 제일의 저성장 국가가 됐다"는 날선 표현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심지어 그가 예상한 일본의 미래는 더욱 어두웠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피해는 커질 것이고 도쿄올림픽이 끝나는 것만으로 공황이 올 수 있다. 브렉시트로 엔화가 비싸져 수출이 줄어들 것이고 이란문제는 석유가격의 폭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고 미일 FTA로 대미 수출 역시 축소될 것이다’라며 일본의 새로운 연호를 사용해 레이와(令和)공황이 곧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지이 교수가 최종적으로 낸 결론은 ‘소비세를 5%로 되돌리지 않는 한 일본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을 시청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본이 경제성장하지 못한 것은 인재(人災)인데 이를 개선할 의지도 없다’며 현재 상황을 정치인의 탓이라 주장하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고 ‘이 정도로 소득이 늘지 않는데 세금과 국회의원 수만 늘고 있다’는 등의 불만 섞인 의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달 들어 한국에 이어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도쿄올림픽의 무관중 개최나 개최 자체를 취소하는 등의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후지이 교수의 예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일본 내에서 번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