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공격하거나 자기 최면을 걸지 않는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한 여성 페미니스트가 출간한 책의 제목이 솔직함을 넘어 무례하게 들릴 정도로 직설적이라 내용은 둘째 치고 제목에서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책 제목은 바로 ‘멍청하고 못 생기고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당신에게 사랑을 담아 썼으니 읽어주십시오(馬鹿ブス貧乏で生きるしかないあなたに愛を?めて描いたので?んでください)’인데 제목만으로는 자칫 모든 여성들을 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저자인 후지모리 카요코는 1953년 생으로 한국나이로 올해 68세를 맞이한 고령의 여성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후 비정규직 4년을 거쳐 정규직으로 31년 간 대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했으며 미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아인 랜드의 책을 다수 번역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는 ‘멍청하고 못 생기고 가난한 여성’의 정의는 독신인지 기혼인지, 자녀가 있는지 없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한 사람’, ‘얼굴과 몸매로 돈을 벌 수 없는 사람’, ‘하나를 들으면 하나를 아는 게 고작인 사람’, ‘조금 노력을 게을리 하면 바로 뒤처지는 사람’을 뜻하며 그녀 역시 자신을 멍청하고 못 생기고 가난한 여성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을 되짚어보며 청년기(37세까지),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어 각각의 시절에 여성들에게 흔하게 닥칠 수 있는 불합리하거나 곤란한 일들과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에세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점이 특징이다.
많은 페이지를 ‘당신은 못 생겼는데 멍청하고 가난해서’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독자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면서도 ‘남들은 30분이면 가능한 일을 당신은 2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된 것이다’처럼 현실적인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능력이 없다면 이러쿵저러쿵 불만만 말하지 말고 가능한 범위에서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와 같은 냉철한 조언도 서슴지 않아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는 것이 독자들의 주된 평.
하지만 기본적으로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쓴 책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사회의 시스템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거나 남성을 극도로 편중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일부 눈에 띈다.
청춘기에 못 생기고 가난한 여자에게 남성이 꼬이는 경우는 성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튼 남자를 보면 성범죄자라고 짐작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부분이나 성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법조계는 남성중심이기 때문에 법이 여자들의 편에 서주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내용 등은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든 일부 남성들에게는 꽤나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언제부턴가 나보다 잘 났거나 나와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 페미니즘이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에는 정식 출간되지 않아 일본어 원서로만 구해볼 수 있지만 향후에라도 소개가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