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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선

(329) 정부압박에도 꿈쩍 않는 일본의 살인적 야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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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입력 : 2020.02.14 10:57 ㅣ 수정 : 2020.02.14 10:57

▲ 일본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근로자가 300만명에 달한다. [출처=일러스트야]

170만명은 월평균 야근시간만 100시간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아베 정부가 직장인들의 삶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대대적으로 추진한 일하는 방법의 개혁 중 하나로 모든 대기업들은 작년 4월부터 직원들에게 월 80시간의 야근을 시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표된 총무성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 80시간 이상의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약 300만 명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하의 야근시간을 월 80시간 이내로 억제한 대신 중간 관리직이 넘치는 업무를 떠맡는 경우도 다수 확인되었다.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업무생산성을 올려서 효율적인 근무환경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획일적이고 표면적인 야근시간 줄이기에만 집중한 부작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하는 방법의 개혁과 관련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종업원들의 시간 외 노동시간을 의무적으로 연 720시간 이내로 맞춰야 한다. 월별로는 100시간을 절대 넘기면 안 되고 2~6개월의 평균 잔업시간은 월 80시간 이내여야 한다.

 

건설업과 같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위 내용을 위반할 경우 30만 엔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이내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같은 내용의 법률이 올해 4월부터는 중소기업에도 확대적용 될 예정이다.

 

즉 이번 총무성의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법률을 위반하여 처분대상에 해당되는 기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의미가 된다.

 

법정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 근무를 계산한 월 160시간에 잔업 상한시간인 80시간을 합쳐 240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20194월에서 11월 동안 월 평균 241시간 이상을 근무한 직원 수만 매월 295만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단순계산으로 매일 쉬지 않고 12시간 이상을 근무한 셈이다.

 

이는 2018년의 매월 319만 명에 비해서는 줄어든 숫자지만 2019년부터 법적구속력이 새로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심지어 295만 명 중 절반이 넘는 170만 명은 월 평균 야근시간이 100시간을 넘어 과로로 인해 당장 돌연사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인 과로사 라인에 해당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근무시간 억제 압박에도 통계상 야근시간이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근무시간이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어느 대형 이자카야 체인의 점주는 노동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했더니 직원의 야근시간이 급증했다고 고백한다. 갑작스러운 아르바이트생의 결석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직원이 빈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근무는 지금까지 서비스 잔업이라고 부르며 노동시간으로 카운트하지 않는 것이 일본기업들의 관례였다.

 

다른 이유는 부하의 야근시간을 억제하다보니 처리되지 못한 업무들이 중간 관리직들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경우다.

 

인력파견회사인 리크루트 스태픽이 작년 9월 자체조사한 자료를 보면 종업원 300명 이상의 기업에서 근무하는 관리직 412명 중 12.8%가 일하는 방법의 개혁 실시 이전보다 야근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퍼슬 종합연구소 역시 근무시간에 상한을 설정하면 부하에게 잔업을 부탁하지 못하는 중간관리직에게 업무가 집중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의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채 잔업시간만을 무리해서 줄이면 직장인들의 소득과 소비가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더 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의 일본 정부가 이러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라 일본 직장인들의 야근지옥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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