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주가 불기둥' 만든 실리콘 캐패시터 알아보니

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2.12 05:00 ㅣ 수정 : 2025.02.12 05:00

실리콘 캐패시터, 기존 MLCC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
DB하이텍, 2023년 200억 투자해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 본격화
실리콘 캐패시터, 오는 2030년 5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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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이 2024년 실적을 공시한 지난 5일부터 DB하이텍의 주가 변화. [사진 = 네이버금융 주가 차트 캡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유일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DB하이텍이 최근 신규 사업 '실리콘 캐패시터'에 힘입어 주가가 불기둥을 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DB하이텍은 전 거래일 대비 150원 (0.35%) 오른 4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 업체 주가는 이달 3일 종가 기준으로 3만450원에 그쳤지만 8일 만인 11일 4만2800원으로 치솟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DB하이텍 주가가 3만원대 박스권에서 벗어나 가속도를 내고 있는 데에는 실리콘 캐패시터 양산을 시작해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자기기 회로에서 전류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기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부품은 전자 신호 속도와 정확도가 뛰어나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전기차, 의료기기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 삼성전기와 DB하이텍 두 곳 외에는 없다는 점도 DB하이텍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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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 올해 '8인치 웨이퍼' 회복과 신사업 '실리콘 캐패시터' 두 토끼 잡는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2024년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액 1조1310억원, 영업이익이 19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매출액 2.01%, 영업이익 26.52% 줄어든 성적표다. 

 

이에 대해 DB하이텍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이 2023년 대비 다소 하락했고 미래 준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상승과 전력비 등 고정비용 증가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경기침체 지속과 전방산업 수요 부진에도 DB하이텍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종 업계 상위 수준의 가동률을 이어오고 있다”며 “전력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고도화와 차별화를 통해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지속하고 고부가 제품 매출을 늘리는 등 경영효율을 극대화해 시장 회복기를 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올해 신사업 분야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DB하이텍은 주력 사업인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이 70%를 넘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 가동률은 전체 생산 능력 대비 실제 가동되는 비율을 뜻하며 이 가동률은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과 업계 동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파운드리 업계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부터 60%를 넘어 DB하이텍 가동률이 경쟁업체를 크게 앞지를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이 DB하이텍 신사업 가운데 주목한 대목이 실리콘 캐패시터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기를 보관한 후 일정량을 내보내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전자 부품으로 다양한 전자기기에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품은 세라믹 캐패시터의 간판급인 MLCC와 기능은 같지만 실리콘 재질 특성상 더 작게 만들 수 있고 열과 전기에 강하다"며 "여러개 MLCC를 1개 또는 2개 실리콘 캐패시터로 대체 가능한 점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압을 부여해도 축적할 수 있는 전하량이 거의 변화하지 않아  정전용량 안정성이 우수한 점도 실리콘 캐피시터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AI 산업 확대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증가로 화두에 올랐다.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만큼 전력 소모량이 큰 AI에 실리콘 캐패시터의 발열 감소과 전력 소비량 대폭 축소 기능이 눈길을 모으는 기능이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실리콘 캐패시터를 초기에 양산하기 위해 2023년 20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이 업체는 충청북도 음성사업장 내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활용해 이르면 올해 6월부터 실리콘 캐패시터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업체의 실리콘 캐패시터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2025년 100만달러(13억원) 수준에서 2030년 1억4000만달러(1866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올해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2분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들 것을 보인다”며 "올해 신사업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실리콘 캐패시터는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고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향후 역점  분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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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reepik]

 

■ 국내에서 DB하이텍·삼성전기 두 곳만 양산 준비

 

실리콘 캐패시터는 현재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삼성전기와 DB하이텍만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은 큰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어인텔리전스 따르면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4% 커질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025년 20억6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서 2030년 28억2000만달러(약 4조9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국내에서 실리콘 캐패시터를 가장 먼저 사업화할 가능성 크다. 이를 보여주듯 시장에서 삼성전기가 DB하이텍을 기술 측면에서 한 발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스마트폰 AP(두뇌 역할 프로세서)와 AI 서버용 관련 거래업체,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캐패시터는 AI 시장 확대에 따라 AI반도체에서 발열, 전력소모 부담을 줄여줄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AI 뿐만 아니라 전장, 서버 등 사업 영토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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