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신입 취준생들, 어디든 취업만 하면 간다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2.03 16:38 ㅣ 수정 : 2025.02.03 16:38

사람인, "올해 취준생 취업목표 큰 변화"
장기간 구직 여파에 부르면 곧장 취업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선호 경향 뚜렷
취준생이 바라는 연봉, 평균 3394만원
10명 중 4명, ‘입사 후 이직 준비할 것’
HR전문가, “신중한 선택, 상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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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구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신입 채용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1∼2년 더 기다리더라도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겠다던 취업준비생들이 어느 곳이든 부르면 출근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신입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장기 구직자가 늘어난 MZ세대를 중심으로 어느 곳이든 합격하는 기업에서 일하겠다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작년까지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 '장기 구직 문화'가 팽배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HR 기업 사람인(대표 황현순)이 3일 발표한 ‘2025년 취업 목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신입 취준생 10명 중 6명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먼저 연락 오는 곳에 취업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사람인은 MZ세대 신입 구직자 464명 가운데 256명(55.2%)이 ‘기업의 형태와 관련 없이 취업만 된다면 어디든 가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지며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신입 구직자들 사이에 청년 스라밸 문화까지 만들었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2월 대학 졸업자들 중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60.2%로 높게 나타났고, ‘올해가 지나더라도 원하는 곳에 합격할 때까지 취업활동을 계속할 것이다’고 답한 구직자들은 전체의 41.1%를 차지했다.

 

실제로 장기간의 구직 준비 대신 빠른 취업을 선택한 MZ세대들은 과거 대기업을 선호했던 것과 달리 중소기업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의 64.3%(복수응답)는 대기업을 선호하고,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은 44.0%를 차지하는데 반해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이와 반대로 사람인은 앞서 언급한 취업만 되면 어디든 관계없다’(55.2%)고 응답한 지원자들 다음으로 ‘중소기업·스타트업’(15.1%), ‘중견기업’(12.1%), ‘공기업·공공기관’(8.4%), ‘대기업’(7.3%), ‘외국계기업’(1.9%) 순으로 선호하는 신입 취준생이 많다며 완전히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MZ세대 취업 준비생들의 구직 성향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기업 형태와 관계없이 취업하고 싶은 이유는 단연 ‘빨리 취업을 해야 해서’(55.1%, 복수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계속해서 ‘길어지는 구직활동에 지쳐서’(39.1%), ‘남들보다 스펙 등 강점이 부족해서’(31.3%),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이 줄어들어서’(28.5%), ‘목표 기업에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아서’(12.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목표기업을 정한 취준생들(208명)의 경우, 지원 기업을 고를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은 ‘연봉’(24%)이 1위였다. 뒤이어서 ‘워라밸 보장 여부’(14.4%), ‘복리후생’(13.9%), ‘개인 커리어 발전 가능성’(12%), ‘정년 보장 등 안정성’(10.6%) 등의 답변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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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이 진행한 설문에서 신입 취준생의 과반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어디든 합격만 하면 취업하겠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신입 채용이 줄어든 영향으로 신입 구직자들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취업을 더 선호했다. [사진=사람인]

 

그렇다면 신입 취준생들이 목표로하는 연봉은 얼마일까.  이들이 원하는 연봉은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 기준 평균 3394만원으로 집계됐다. 구간별로는 ‘25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36.2%), ‘3000만원 이상~3500만원 미만’(30.8%), ‘35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17.2%), ‘4000만원 이상~4500만원 미만’(6.9%), ‘4500만원 이상~5000만원 미만’(4.1%) 순이었다.

 

MZ세대 구직자 10명 중 4명이 3000만원 미만의 연봉에도 취업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실이 얼마나 취업이 절실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매년 각 기관의 설문조사에서 평균 3000만원 중‧후반대의 연봉을 선호하며 2000만원대 연봉은 거들떠보지 않던 MZ세대들의 태도도 바뀐 것이다.  

 

한편, MZ 구직자들이 빠른 취업을 선호하는 만큼 이직할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미스매칭으로 인한 새로운 사회 문제들도 예상된다. 사람인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명 중 4명(37.3%)은 ‘목표 기업에 입사하더라도 이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평균 1.8년 근무 후 이직을 준비할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1년~1년 6개월 미만’(19.7%), ‘2년 6개월~3년 미만’(19.7%), ‘2년~2년 6개월 미만’(15%), ‘6개월~1년 미만’(13.3%), ‘1년 6개월~2년 미만’(12.7%), ‘6개월 미만’(9.8%), ‘3년 이상’(9.8%) 순으로, MZ 구직자 10명 중 9명이 취업 후 3년 이내에 이직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인 관계자는 “다급한 마음에 묻지마 지원을 하면 합격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합격 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퇴사할 위험도 크다”며  “본인의 역량과 원하는 바 목표를 신중히 검토해 지원 기업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마음을 단단히 바꿔먹은 MZ세대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성공한 선배나 현직자들과 충분한 상담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 정보를 수집하는 등 빠른 만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구직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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