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1.10 05:00 ㅣ 수정 : 2025.01.10 07:38
올해 투자액, 지난해보다 19% 이상 많아 'EREV' 집중 육성...북미·중국서 생산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 제조 경쟁력 향상 위한 혁신 자동차 생산공법 '하이퍼캐스팅' 도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 허브'인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특히 차세대 제품 개발,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사업 가속화 등으로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연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국내 최대 투자 금액이었던 지난해(20조4000억원)보다 금액은 3조9000억원, 비율로는 19% 이상 늘어난 규모여서 눈길을 모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 확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금액 절반 R&D에 투입…미래 신사업 집중 육성
현대차그룹 투자금 가운데 절반 가량은 R&D(연구개발)에 들어간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R&D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총 금액으로는 경상투자 부문이 5000억원 더 많지만 여기에는 전기차(EV) 전환 및 신차 생산시설 확충 금액 등이 포함됐다. 경상투자는 제조기술 혁신, 고객체험 거점 등 인프라 보완 등에 투입되며 전략투자는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AI(인공지능)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집행될 방침이다.
R&D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으로 볼 수 있다. 투자금은 △제품 경쟁력 향상 △전동화 △SDV △수소 제품 및 원천기술 개발 등 미래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이 개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REV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REV는 하이브리드차와 같이 내연기관 엔진, 전기모터, 배터리 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구동 방식이 다르다. 엔진과 모터 두 가지 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EREV는 전기모터로만 구동된다. 엔진은 전기모터 구동에 필요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종의 발전기 역할을 하며 1회 충전으로 최대 10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EREV는 승차감과 정숙성 등은 전기차와 비슷하지만 주행 가능 거리가 대폭 향상됐다"며 "이에 따라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도 활용성이 높은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내년 미국 등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첫 모델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북미 시장에서 8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전기차 신모델 개발 확대로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30년 경제형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 라인업(제품군)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 역시 2027년까지 다양한 PBV(목적기반차량)를 포함해 15개 전기차 모델을 갖출 방침이다.
■ 모든 차종 SDV 전환에 박차…원천기술 개발 속도
현대차그룹은 R&D분야에서 특히 SDV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SDV 전환은 현대차그룹이 밝힌 애초 계획보다 1년 정도 늦어진 상황이다.
EV9에 적용된 SDV 기술 [사진=현대차그룹]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당시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하는 행사를 열어 2025년부터 모든 차종의 SDV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초 그룹 신년회에서 “SDV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우리가) 뒤쳐진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통해 내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 개발 프로젝트를 끝내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SDV 전환 대응 원천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투자를 사업군별로 분류하면 완성차 분야에만 전체 투자액의 약 67%인 16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현대차는 국내 순수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외에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자동차 생산공법도 도입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전동화 차량 등 차세대 제품 성능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