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칼럼] 해양방산 발전 위한 함정 원가기준 마련돼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1.03 15:51 ㅣ 수정 : 2025.01.06 09:08

“해양방산 분야 방산원가관리체계 인증 승인하고 시운전 이전 포함한 건조보험으로 확대해야”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최기일 교수]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발발에 따른 일종의 전쟁 특수를 맞이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K-방산 르네상스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질 정도로 건국 이래 역대급 호황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에 태동한 K-방산은 반세기가 넘도록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2022년 폴란드발 대규모 무기 수주로 173억불이라는 최대치 방산수출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2023년에도 135억불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글로벌 상위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2024년 방산수출액은 다소 주춤하면서 약 95억불 내외로 집계되는 가운데,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예정인 상황 속에서 군함 건조 분야 강자인 국내 해양방산 관련 업체들에 대한 러브콜과 호조세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무한경쟁이라는 추세에 발맞추어 조선업 부문 강점을 바탕으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복잡한 군함 건조사업 관련 함정 원가제도 기준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겠다.

 

함정 분야에서 한미협력 필수불가결…군함 건조 및 MRO 협력 가능성 기대

 

먼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방위산업을 비롯한 조선업 등 산업재 관련 업종에서는 트럼프 정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며, 트럼프 1기 당시 우방국들에 자국의 국방비 지출액 증액을 요구한 배경에 있어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주목받는 K-방산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주목된다.

 

2024년 미국 국방부에서 국가방위산업전략(NDIS, National Defense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했는데, 동맹 우방국과 협력 강화를 전제로 공급망 탄력성 및 방산물자 획득 유연화, 경제적 억지력 확보를 천명했다. 즉, 미국의 독자노선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트럼프 2기도 우방국과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함정 분야에서 한미 간 우방국 협력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이는데, 해군전력은 독자적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2023년 미 해군 정보국에서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함정 건조능력은 톤수 기준으로 미국의 232배에 달하며, 현 추세대로라면 2035년경 중국이 475척의 전투함을 확보하는 반면 미국은 305척에 그칠 것이라 분석했다.

 

차세대 구축함인 줌왈트(Zumwalt)급 건조는 6년 이상 지연됐고, 핵심전력인 항공모함의 창정비 기간도 최소 1~2년 이상 지연돼 5년 이상 소요되는 등 미 해군은 심각한 전력 공백 상황을 겪고 있다. 미국의 전 세계 제해권 유지와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수준 높은 선박 건조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군함 건조 외 MRO 분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고 있는데, 미국 내 철강노조는 중국 조선업 견제에 대한 청원을 받아들인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중국 조선업 관련 불공정 관행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존재감 없는 미국 내 조선업보다 우리나라 조선업에 실질적인 호재로 작용해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군함 건조의 특수성으로 인해 원가산정 방식의 불합리성 발생

 

특수한 방위산업 영역에서도 유독 군함 건조 분야는 단년도 사업이 아닌 장기계속사업으로 장기간 약 수조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요구되는데, 함정 관련 복잡한 원가산정 방식뿐만 아니라 입찰 및 계약 체결 이후에 까다로운 사업관리 절차 등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필요하다.

 

군함 발주사업은 함정 건조(Ship Building)라는 특수한 함정 설계방식으로 인해 물품 제조 및 시설 공사가 갖는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지닌다. 다양한 함정 설계 특수공법 적용을 통해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기 때문에 정부조달에 있어 계약의 종류와 입찰방법, 원가산정 방식도 별도 규정이 반영되는 것이다.

 

국내 군함 건조사업은 과거로부터 주로 해군 발주에 의존해 전체 사업 규모가 결정되는 배경으로 인해 내수에만 치중되어 있었고 소수의 기업만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는 타 산업 분야와는 구별되는 특이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구매자로서 지정된 방산물자에 대해 최적의 방산원가를 분석 및 검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와 이윤을 창출하는 방산업체 간 합리적인 고려가 반영되어야 하겠다.

 

방산물자로 지정된 무기체계 구매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방산원가를 산정하는 정부는 중기계획에 따라 예산 책정 후 물가변동률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현실로 인해 국내 해양 방산생태계 분야는 선순환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령, 방산업체는 사업을 수주한 이후 발생하는 원자재의 이상적인 폭등 현상이나 소요 자재및 물자의 품귀 현상 등이 발생하면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업비 증액을 통해 일부 보전받는 것이지만 그나마 물가변동률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매몰 비용으로 모두 부담하기 일쑤다.

 

해양방산 분야 방산원가관리체계 인증 승인되면 방산원가 투명성 담보 가능

 

결국, 정부가 방산물자를 분석 및 검증하는 경우, 원가가 제대로 검증됐느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지만 하나의 무기체계 또는 방산물자가 제조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업체가 참여하기에 일련의 과정 내에서 모든 원가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방산물자 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을 작성할 때 직접재료비 산정을 견적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조사대상이 과중하게 늘어나게 되며, 원가계산이 가능하더라도 대상 품목의 수가 많고 각각에 대한 재료비 등의 비목별 원가를 산정하는 데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제출한 원가에 대한 증명책임이 업체에 있고,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과거 실적가를 적용받음으로써 실발생원가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현행 방산생태계에서 공급망의 원가를 시스템으로 공유하면서 검증할 수 있는 체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방산 관련 분야별 인증체계가 2012년부터 지상 및 항공방산 분야에 도입됐다. 지상방산은 ㈜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 항공방산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인증업체가 됐지만, 해양방산 분야에서는 등록된 곳이 전무한 현실이다.

 

현재 해양방산 분야에 대한 방산원가관리체계 도입 검토가 진행 중인데, 해양방산 부문에 이르기까지 방산원가관리체계 인증이 승인된다면 국내 함정사업 추진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는 물론이고, 함정 수출에도 방산원가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함정은 여러 종류의 하부시스템이 결합한 복합무기체계이며, 계약 체결에서부터 납품까지 통상 5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계약이므로 재료비에 대한 원가계산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양방산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고유한 특수성에 대한 정부 당국의 세심한 고려와 배려가 요구된다.

 

함정 건조사업 보험료 관련 시운전 이전 포함한 건조보험으로 확대 필요

 

선순환 구조의 해양방산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에 있어 가장 시급한 사안 중 함정건조 보험료에 대한 원가항목 인정이 요구된다. 함정사업에서 시운전보험 제도는 2021년 4월부터 도입되어 2023년부터 시운전보험이 함정건조 계약특수조건에 적용하고 있다.

 

반면, 시운전 전에 이루어지는 함정건조에서는 보험료가 적용되지 않아 조선업계에서 함정건조 사업의 위험과 특수선사업 경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시운전보험을 건조보험으로 확대 추진하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거듭 요청했다.

 

건조보험 확대 추진 사안은 방위사업청이 예산 확보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다. 함정 시운전 보험이 도입되게 된 배경은 지난 2013년 당시에 건조를 마친 후 시운전 중이던 검독수리-A 17번함의 침수사고가 발생한 뒤 보험료 필요성이 제기되어 2014년에 시운전보험을 시범사업으로 수행하게 된다.

 

함정건조 사업으로 보험료 적용이 확대되어야 하는 배경에는 함정이 복합무기체계임으로 건조 과정에서 각종 체계와 기자재 탑재, 연동, 통합 등의 과정을 거치는 작업환경 특성상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군함을 건조하는 함정사업을 제외한 타 방산사업의 경우에는 사업장 전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작업과정에 대한 보험료가 적용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함정건조 사업에 대한 보험료 적용은 여전히 현실화되지 않아 이에 대한 필요성은 방산업계에서 충분히 공감을 얻고 있다.

 

참고로 현행 함정건조 사업에 있어 시운전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7%인데, '25~'29 국방중기계획에서 함정사업 예산은 약 10조 4,000억원대로 이 중에서 보험료 적용 관련 예산은 고작 2,300억여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등 세계적으로 K-해양방산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장차 해군력 건설과 건전한 해양방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한 상호 발전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군함 건조 함정사업 관련 방산원가관리체계 인증 추진과 더불어 실질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되도록 방산업계의 관심과 정부의 노력을 당부한다.

 


 

image

 

최기일 프로필▶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겸 대학원 국가안보융합학과 박사과정·안보학전공 석사과정 주임교수,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통일안보전략연구소 명예이사장, 모병제추진시민연대 상임고문, 前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前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前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추진위원·홍보대사, 前더불어민주당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예비후보, 前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인재영입·선거대책위원회 세계5대강군위원회 공동위원장, 前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국방안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外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