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혹독했던 韓 증시, 새해엔 기대해도 될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2025년 을사(乙巳)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증시는 약세장에서 발이 묶인 채 한해를 마쳤으니 씁쓸하면서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아 증시가 다시 활력을 찾길 기대하는 마음도 커질 때다.
정부는 2023년 말부터 저평가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정책을 쏟아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시도와 공매도 전면 금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 대체거래소 출범, 토큰증권발행(STO)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다.
사실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만난 취재원들은 저마다 “시간은 필요하지만 꼭 해야할 일이었다”라든가 “우리나라는 너무 부동산 투자에 쏠렸다”며 저평가된 시장을 아쉬워했다. 드디어 정부가 할 일을 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는 가뜩이나 부진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염원이 ‘도돌이표’처럼 또다시 가로막혔다.
계엄·탄핵 사태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리스크까지 불거진 셈이다. 증시 선진화 방안은 여야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거대 야당은 탄핵을 남발하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극적으로 금투세 폐지는 결정났지만 밸류업 정책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
또한 지난해 일본·대만·호주 등 주요 아시아 국가 모두 연말 효과로 증시가 올랐지만, 우리 증시만 반대로 움직였다. 2023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코스피지수는 1.60% 올라 2,655.28에 장을 마쳤으나,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는 0.22% 내려 2,399.49에 장을 종료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첫 시작은 밸류업 정책으로 지수가 오름세를 향하며 나쁘지 않았다. 밸류업 기대감으로 운송장비·부품, 금융 및 통신 업종이 강세였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11일까지만 해도 2,891.35로 연초 대비 8.9% 올랐을 정도다.
이후 8월 ‘블랙먼데이’에 휘청이더니 11월 '트럼프 포비아'에 힘이 풀렸다. 12월엔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결국 2,400선을 내준 것이다. 항공기 사고 여파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더 악화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가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및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인 2,891p(7.11)에 도달했으나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평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의 “올해처럼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에서 소외된 적도, 다양하고 연속적인 이슈와 이벤트, 악재에 시달렸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는 말에 공감한다.
지난해 악재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그에 따른 정책 변화라는 대외 환경은 세계 각국이 위기로 여기는 상황이다.
늘 그렇듯,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꽃이다. 자본시장에 규제는 있지만 제대로 된 활성화 방안은 없다고 외치던 때로 돌아간 듯하다.
한국 증시 저평가에 벗어나고자 하는 건 거대한 도전이 아닌 오래된 염원이다. 한국 증시의 기피 현상이 올해도 지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특히나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함은 물론, 정치가 자본시장 혼란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
올해는 선진 주식시장으로 한걸음 도약하길 바래본다. 여야는 힘을 합쳐 자본시장 성장과 시장 왜곡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했으면 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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