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역대급 실적 내놓자...정치권 “가산금리 산정 근거 공개하라”
野 박주민 의원, 가산금리 공개법 발의
이자장사 논란에 깜깜이 가산금리 도마
현 공시는 금리 산정 근거 알기 어려워
법안 통과는 미지수..업계 “부작용 우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치권이 은행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가산금리’ 산정 기준 공개를 재추진한다. 그동안 깜깜이로 이뤄졌던 가산금리 산정 체계 투명화로 은행 간 경쟁 촉진 및 차주 이자 부담 절감 등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공시 제도를 법률로 규정하고, 가산금리 세부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대출금리는 채권 등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기준)금리에 차주 신용도 등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출된다. 가산금리의 경우 은행이 대출을 취급할 때 드는 인건비와 전산 처리비 등 업무 원가에 고객 신용등급, 담보 종류 등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된다.
현재 은행권은 ‘은행 경영공시 및 대출 가산금리 등 비교공시 운영 기준’에 따라 가계·기업대출 적용 금리를 매월 공시하고 있다. 다만 공시 항목은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로만 구성된다. 이로 인해 차주가 적용받는 대출금리의 구체적 산정 기준을 알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은행법 개정 필요성의 주요 이유로 지목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10월 중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대출금리는 연 4.25~4.46%로 집계됐다. 이 중 가산금리는 2.32~3.38%포인트(p) 범위에서 적용됐다. 각 은행들은 취급한 대출에 대해 금리 수준만 공시할 뿐 이에 대한 산정 근거는 알리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조정이 필요할 때 가산금리를 활용한다. 일례로 금융당국이 지난 7월부터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펼칠 때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으로 전체 대출금리를 높여 잡았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이자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이 때도 가산금리 인상의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주요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반대의 경우에는 가산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대출 한도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목표 이익률을 높게 설정한다”며 “결국 대출금리 인상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산금리가 도마에 오르는 건 은행권 ‘이자 장사’ 논란과 직결된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호실적 중심에는 과도하게 높은 가산금리가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6890억원으로 전년동기(12조1159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다만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은행 가산금리 산정 기준 공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1대 국회서도 이른바 가산금리 공개법이 발의된 적 있지만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은행권은 차주에 적용하는 가산금리 산정 기준이 영업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 리스크 관리와 직결돼 있는데 구체적 수치를 공시하는 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서로 공개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초반 서로 눈치를 보면서 가산금리를 내리더라도 우대금리 축소나 위험대출 회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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