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상계엄이 촉발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뉴스투데이=이정석 산업2부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혼돈 그 자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은 요동치고 주가는 급락했다. 실제 계엄 후 나흘간 국내 증시 시가총액 144조 원이 증발했으니 정치적 혼란이 가져온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인 지를 잘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소비심리까지 위축돼 연말 특수를 노리던 기업들은 아우성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엄 사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최대 15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바다 건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내년에 출범해 이에 따른 고율의 관세 폭탄이 예고되면서 국내 기업은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관광업도 초비상 사태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한국 방문도 미루기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0%로 낮췄다.
모처럼 날개를 펼친 'K-웨이브'가 꺾이며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선도 많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은 경기침체와 정치 리스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이 무산되면서 기업들은 올해만 1조200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라면 수출전용공장에 1918억 원을 투자한 농심과 식품 제조공장 및 물류센터 증설에 689억 원을 쏟아부은 하림은 세금 부담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샤힌프로젝트에 무려 9조 원을 투자한 에쓰오일은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법안이 통과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회계처리가 완료돼 세금을 내야 하고 시한이 지나면 소급적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상황은 어느 곳 하나 녹록지 않지만 이번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K-시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성숙한 시민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한류 물결에 거대한 에너지를 실어줄 거라는 얘기다.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 모습은 단순한 정치적 행위가 아닌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커지고 K-팝이나 K-푸드 등 K-브랜드 위상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소비자 심리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비상계엄 발표 후 급속히 냉각된 내수 경제가 최근 조금씩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특수에도 어려움을 겪은 외식업계 등 지역 상권에도 훈풍이 불어오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이나 개인적 유불리를 따지는 한심한 모습에서 탈피해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현재 위기가 기회가 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국민적 의지와 정치적 통합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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