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역대 최대 규모 ‘고강도 쇄신’…CEO 21명 교체·신유열 부사장 승진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롯데그룹이 올해 정기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들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한다.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며 한차례 홍역을 치른 롯데는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 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
롯데는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그 결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3% 줄었으며, CEO도 36%(21명)가 교체됐다.
■ 화학·호텔 사업군 대규모 인적 쇄신…롯데 화학군 CEO 13명 중 10명 교체
먼저 롯데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이 통합돼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신규 조직은 노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2002년 롯데이노베이트(舊 롯데정보통신)에 입사 후 경영지원부문장, 전략경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메타버스와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의 신사업과 그룹 IT · DT사업을 주도했다. 노 사장은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기존 사업의 역량 제고 및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2023년부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재임 중이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화학군은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된다.
화학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이 사장은 화학과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해 기초화학 중심 사업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이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 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삼성SDI PC사업부장을 거친 뒤 2016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한편 주요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축소되는 판매량과 스프레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인정 받았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한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 시 추진했던 일부 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화학군HQ CTO(기술전략본부장)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로,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기용된다.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들을 CEO로 인선함으로써 롯데 화학군의 사업 혁신을 선도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아울러 롯데 화학군 임원 역시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한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는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다.
■ 이동우·이영구·김상현 부회장 유임...호텔롯데 대표이사 전원 교체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과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및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된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은 위기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롯데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올해 중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법인내 3개 사업부(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나는 초강수를 두며 본격적인 경영체질 개선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 정호석 부사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이다. 호텔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호텔 뿐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 롯데지주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으로 승진…경영 전면에서 미래사업 지휘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한 신 부사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신 부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바이오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가능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왔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동경지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신 부사장은 한일 롯데 계열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며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신 부사장은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지주 주식 1만1796주를 확보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
■ 임원 규모 13% 축소...세대교체 및 외부 전무가 수혈 바탕 경영역량 강화
롯데는 임원 규모 대폭 축소 및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한다.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해 임원 22%가 퇴임한다. 그 결과 임원 규모는 지난해말 대비 13% 축소됐다. 이는 COVID-19로 인한 펜데믹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욱 큰 폭이다.
롯데는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젊은 인재들의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이를 위해 70년대생 CEO를 대거 내정해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한다.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이사(‘70년생)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70년생) △롯데엠시시 박경선 대표이사(‘70년생) △LC Titan 장선표 대표이사(‘70년생)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황민재 대표이사(‘71년생) △롯데이네오스화학 성규철 대표이사(‘71년생) △한국에스티엘 윤우욱 대표이사(‘71년생) △에프알엘코리아 최우제 대표이사(‘74년생) △아사히 최준영 대표이사(‘73년생) △롯데중앙연구소 윤원주 연구소장(‘74년생) △롯데벤처스 김승욱 대표이사(‘74년생)△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김해철 대표이사(‘74년생) 등 12명이 신임 CEO로서 전진 배치된다.
한편 60대 이상 임원들이 퇴진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한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 (35%)이 퇴진하며,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된다. 또한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퇴임한다.
롯데는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외부 전문가 영입 기조를 올해도 유지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다음 달 11일 부로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새로운 대표로 영입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인천송도국제도시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착공했으며, 오는 2027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착실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는 신임 대표가 바이오CDMO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업 역량을 키우고 의약품 수주 확대를 주도해 롯데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적임자로 기대하고 있다.
■ 롯데 그룹 전반 비상경영 체제...“성과 기반 수시임원 인사 체제 전환”
롯데그룹은 최근 2년간 12월에 진행했던 정기 인사를 11월 말로 앞당겼다. 올해 유동성 위기설이 촉발되면서 조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는 롯데케미칼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루머와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10월 기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했다. 또 롯데그룹의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주식 가치도 37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전날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가치로 6조원이 넘는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작으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대표 랜드마크로 건축비만 4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롯데그룹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으며, 롯데지주도 지난 8월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또 이커머스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코리아세븐, 롯데호텔앤리조트 등 유통 부문 계열사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그룹 측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며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