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열풍…국내외 제약사 개발 박차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내 판매를 시작한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열풍이 거세다. 지난 10월 판매되자마자 품귀현상이 발생했으며, 온라인 상에서는 불법으로 거래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된 건수만 359건에 이른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위고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판매량을 보이자, 효능 및 투약 방식이 더 개선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 480억 달러(67조 원)로 성장이 전망된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2년 4조 3300억 원 시장이었으나 다음 해인 2023년 10조 1200억 원으로 성장했다. 1년 만에 134%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위고비와 삭센다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덴마크 소재 제약바이오 기업)가 차지하는 비중은 80~90% 수준이다.
지난해 위고비의 글로벌 매출은 314억 4300만 덴마크 크로네(6조 200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202억 3600만 덴마크 크로네(3조 99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고비와 삭센다 열풍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위고비는 GLP-1 계열(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로 한미약품도 같은 계열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오는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GLP-1은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중요 호르몬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체중 및 1단계 비만 환자에게 위고비 수준의 체중 감량과 우수한 심혈관·신장 보호 효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국내에서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과도 컸지만, 투약 편의성도 한몫했다.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이라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세마글로타이드 성분이라 일주일에 한 번만 투약(주사)하면 된다.
대웅제약은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입으로 복용)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최근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와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 특허출원을 마쳤다. 식욕억제와 지방연소가 동시에 이루어져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인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의 편의성 뿐 아니라 복용 순응도, 만족도까지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외에도 위고비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가 15%인 반면, 미국 제약사 암젠이 개발 중인 ‘마리타이드’는 20%로 높다. 무엇보다 월 1회 주사로도 위고비보다 월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마리타이드가 개발돼 출시된다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