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발탁’ 차기 국민은행장에 이환주...분위기 반전 '시동'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KB금융그룹이 KB국민은행장 차기 후보에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발탁한 건 안정과 쇄신을 동시에 유도해야 할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결과로 풀이된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한 강력한 영업·사업 추진과 내부통제 강화, 비(非)은행 시너지 등의 과제가 산적한 만큼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이란 평가다.
KB금융그룹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27일 이 대표를 차기 국민은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2022년 1월 취임해 지난해 12월 말 연임(1년)한 이재근 현 국민은행장이 재무적 성과 등에 힘입어 추가 임기를 받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전격 교체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1964년생인 이 후보는 국민은행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을 지낸 뒤 개인고객그룹대표 상무, 전무, 부행장을 거쳐 KB금융그룹 재무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22년 KB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지난해 1월 푸르덴셜생명보험과 합병해 출범한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KB금융은 이 후보가 그룹 내 주요 핵심 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 철학을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 관리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고객 중심적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 등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실제 KB금융 비(非)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으로 이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과 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이 후보가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도 KB생명보험·푸르덴셜라이프생명의 성공적 통합부터 요양 사업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 등의 성과를 두루 이끌어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이 후보에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을 언급했다. 이는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 부실 우려 지속,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 등에 따라 강력한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국민은행은 올 3분기까지 누적 2조61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는데 전년동기 대비로는 8.3% 감소한 규모다.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대출 성장 전망도 어두워진 만큼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보험사 CEO 출신의 이 대표가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을 6:4 수준으로 맞춰 ‘균형 있는 성장’을 유도하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KB금융 대추위는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그룹의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한 경영진이 최대 계열사인 은행을 맡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KB금융 대추위 추천에 따라 국민은행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심층 인터뷰는 심사 추천을 거쳐야 한다. 이후 이 후보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오는 2025년 1월부터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