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준금리, ‘내년 성장률’ 관건…시장은 ‘동결’ 전망 우세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러온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1400원 안팎을 오가는 고환율 등 변수도 만만치 않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11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추가 금리 인하로 내수 살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여파로 원화 값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재집권으로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가 힘든 것은 맞지만 지금은 금융 안정이 우선”이라며 “11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량과 대출 증가율 모두 크게 둔화돼, 금융 안정 판단 요소 중 부동산과 가계대출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면서도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고, 한국은행도 부동산 수요는 언제든지 강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다”며 “일단 동결한 뒤 10월 인하 이후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10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3.5조원으로 9월 6.1조원 대비 둔화됐지만, 금융 안정의 중요도까지 낮아진 건 아니다”며 “오히려 연속적 금리 인하 단행 시 간신히 안정되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83%는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해 고환율 고착화 우려가 커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도 간과할 순 없다. 이번 금융투자협회 설문 응답자 중 17%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회복이 더딘 국내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게 무게가 실리는데, 관건은 내년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은 내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앞서 2.1%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이번에 1%대로 낮출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성장률 1%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의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11월에도 연속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KBS라디오 ‘성공예감’에서 “3분기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예상치보다 저조한 반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3%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금융 안정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환율이 높으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여러 요소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들이 채권을 18조원 순매수 하는 등 오히려 돈이 들어오고 있어, 환율도 그렇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