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LGU+, 10년만에 폐지되는 '단통법'에 시큰둥한 이유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안이 10년만에 통과된 가운데 폐지안을 둘러싼 기대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휴대전화 구매 비용 증가 주범으로 지목된 단통법이 사라지면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으로 단말기 구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가입자 유치 경쟁이 주춤하고 단말기 교체 주기가 늘어나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가계 통신비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단통법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사용자 차별 해소와 유통 구조 개선 등을 주요 골자로 제정됐다. 그러나 단통법 등장으로 소비자가 받는 지원금 혜택이 하향 평준화됐고 오히려 불법 보조금 지급이 증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통법 폐지 후 존속 필요성이 있는 규정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이후 법안2소위에서 법안을 하나로 병합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통신사 지원금 제도와 공시 지원금의 15%로 책정된 유통망 추가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진다. 또한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된다. 이는 지원금 상한을 없애 이통3사 간 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구입 및 이용 가격 등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법안2소위를 통과한 단통법 폐지안은 조만간 열릴 과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를 받을 예정이며 이후 내달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단통법 폐지법 등이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며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또는 올해 정기국회 내에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민생법안이 많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통신업계 '시큰둥'...통신3사 비용 부담만 증가 예상
가계통신비용 절감을 취지로 통과된 단통법 폐지안이 실제 제대로 작용할 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안 폐지로 이통3사의 비용 부담만 더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휴대폰 유통 대리점과 판매점 모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22일 “단통법 폐지안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 제출 의무 조항이 소극적 장려금 운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MDA측은 폐지안을 ‘단통법 시즌2’로 규정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통3사의 지원금 경쟁이 부활해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셈법”이라며 “통신사업이 글로벌 무대는 물론 국내에서도 레드오션(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장)이 된 상황인데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LGU+) 등 이통 3사가 과거처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고객 유치에 나설 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이통 3사 매출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은 크게 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는 광고선전비로 △2021년 2334억원 △2022년 2524억원 △2023년 2358억원을 사용했다. KT는 △2022년 1955억원 △1538억원을 사용했으며 LGU+도 △2022년 1890억원 △2023년 1937억원을 사용했다.
오히려 이들 이통 3사는 '탈(脫)통신'의 핵심 어젠다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SKT는 2021년 11월 인적분할 이후 3년간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 왔다.
이에 따라 SKT는 올해 AI 수익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T는 수익을 빨리 낼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 △AI B2B(기업사업) △AI B2C(개인서비스) 등 3가지 사업을 선택한 후 집중해 명실상부한 AI 기업으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KT는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역량·사업·인력 구조 등 다방면에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9월 미국 IT(정보기술)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하며 AI·클라우드·IT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KT와 MS가 펼치는 공동사업에 들어가는 투자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이다. 이는 KT의 지난해 영업이익 1조6497억원에 비해 약 1.4배 많은 금액이다.
LGU+는 ‘AX(AI 전환) 컴퍼니’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고수익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모든 사업 영역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자원 배분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보여주듯 LGU+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온디바이스(On-device)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는 지난 7일 출시했으며 열흘 만에 다운로드가 10만건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 3사가 ‘탈통신, 신사업’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 단통법을 의식해 10년 전처럼 막대한 마케팅 경쟁을 할 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일부 통신사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력을 줄이고 있어 과거 시장 초기 상황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