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연이은 공모주 한파에 '옥석가리기' 나서야
11월 상장 철회 기업 잇달아..‘공모주 불패’ 공식 무색
[뉴스투데이=임성지 기자] 유가증권시장에 도전장을 낸 새내기 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안그래도 벤처투자업계가 잔뜩 얼어붙은 가운데 공모주 시장 한파마저 지속되는 등 업계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18일 상장한 2차전지 전문기업 엠오티(MOT) 주가가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요동쳤다. 주가는 한때 26.80%까지 떨어지는 등 낙폭이 컸다.
삼성SDI 출신이 주축인 엠오티는 2019년 설립한 회사로 2차전지 생산 자동화장비와 자동차부품 생산 자동화장비 제조가 주요 사업이다.
엠오티는 지난해 매출액이 737억원, 영업이익이 43억원이다. 이 업체는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이 516억원, 영업이익이 27억원을 기록해 유의미한 숫자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업체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343.7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는 희망 범위(1만2000~1만4000원)에 못 미치는 1만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11월 들어 상장한 기업 가운데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공모가 대비 최소 20~30% 이상 낮은 주가를 보이는 양상이다. 심지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진 기업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한때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2배 이상 웃도는 ‘공모주 불패’ 공식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상장한 ‘C’기업은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 상장 세레머니가 끝나기 무섭게 주가가 폭락해 분위기가 암담했다는 후문도 있다. 기업에게 상장일은 회사 창립기념일에 준하는 기념일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상황의 심각성은 불 보듯 뻔하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자 상장을 계획했던 일부 기업은 타임라인 조정에 들어갔다.
IPO 절차를 진행했지만 결국 상장을 철회한 기업 수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달에만 3곳이 철회했다.
씨케이솔루션은 상장을 위한 수요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공모를 철회했다. 미트박스글로벌과 동방메디컬도 공모가 희망밴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해 IPO시장에서 철수했다.
특히 케이뱅크와 토스 등 'IPO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이 올해 국내 상장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최우형 케이뱅크 회장이 내년 1월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지만 IB업계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처럼 신규 상장사 부진이 이어지면 리스크는 고스란히 벤처캐피탈(VC)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국내 VC의 회수 비중을 보면 IPO가 35.1%이다. 글로벌 경제 불황과 유동성 등으로 벤처투자업계에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도 IPO는 비중이 높은 '엑시트’ 수단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누적 벤처투자는 8조6000억원, 펀드결성은 8조20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증가한 숫자다. 특히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18.6%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처럼 벤처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VC들의 엑시트 수단인 IPO와 신규 상장사 부진이 이어지면 벤처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밖에 없다.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해제된 후 지분 매도 부분도 VC입장에서는 부진한 새내기주가 골칫거리다. 낮은 주가에 따라 매도 시기가 늘어지면 수익화를 원하는 출자자(LP)에게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나 저러나 IPO 시장은 서둘러 IPO를 해야 하는 벤처기업과 빠른 엑시트를 원하는 VC, 수익 극대화를 기대하는 LP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벤처투자업계의 냉정한 ‘옥석가리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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