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역성장' 코오롱인더스트리, 허성 '성공 DNA'로 사업 효율·고도화 '두 토끼' 잡을까
코오롱그룹, 사업운영 효율화와 고도화 위해 사장단 인사 단행
허성 신임 대표, 타이어코드·아라미드 중심으로 사업 재편 추진
POM·청정메탄올 등 친환경 기술 제품으로 코오롱ENP 성공 이끌어
허 대표, 경영난 겪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구원투수 역할에 기대 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실적이 역성장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허성 신임 대표 등장으로 경영성적표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지난 12일 2025년 사장단 임원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운영의 효율화와 △고도화에 방점을 두고 총 30명의 정기 사장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는 게 코오롱그룹측 설명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새로운 경영 체제로 바꿔 사업경쟁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 이라며 "이를 통해 그룹의 미래가치 향상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허성(63·사진) 코오롱ENP(옛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대표이사 사장에 승진 내정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 백억원의 적자를 내며 속을 썩여 온 필름 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타이어코드와 '슈퍼섬유' 아라미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임 허 대표가 이를 매듭지을 적임자로 주목 받고 있다.
허 대표는 화학회사 악조노벨사 이사, 삼화페인트 대표이사 등을 지낸 후 2021년 코오롱그룹에 합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출발한 그는 2년 만에 특수 플라스틱 제조업체 코오롱ENP 대표 자리에 올랐다.
허 대표는 코오롱ENP의 신규사업 개척을 주도한 인물이다.
코오롱ENP는 사명 변경 전인 코오롱플라스틱 당시 꾸준히 축적해 온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력 사업인 POM(Polyoxy methylene·폴리옥시메틸렌)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POM은 고강도에 마찰력이 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이 제품은 주로 베어링, 특수 기어, 차량 바퀴 등 우수한 강도와 내마모성을 요구하는 제품에 사용된다.
특히 코오롱ENP는 지난해에도 어려운 글로벌 경기 환경에서 영업이익 338억원을 일궈내 견조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오롱ENP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신사업과 친환경 사업 부문에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룹 기조에 따라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했다.
최근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이 업체는 '청정메탄올'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
청정메탄올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기술을 기반으로 그린수소와 재생 이산화탄소를 결합한 친환경 원료다. 이는 주력 제품인 POM 원료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코오롱ENP는 오는 2027년까지 연간 20만톤의 친환경 메탄올을 생산하는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올해 4월에는 코오롱플라스틱이 '코오롱ENP'라는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ENP는 'Empowering(힘을 싣다)', 'New(새로운)', 'Possibility(가능성) 약자다. 새로운 회사 이름에는 고도화된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존 사명 ‘플라스틱’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첨단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취지다. 친환경 기술로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더해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해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코오롱ENP의 이러한 변화와 혁신은 모두 허 대표 재임기간 중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인사는 제조, 기술사업 간 시너지 창출과 사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허 대표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전방수요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허 대표가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3년간 가장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 업체는 영업이익이 2021년 2527억원, 2022년 2425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지속되는 필름사업 적자 영향이 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필름사업은 2022년 862억원, 2023년 711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쟁력이 떨어진 필름 사업을 분할해 한앤컴퍼니의 SK마이크로웍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전방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필름 사업을 접는 대신 아라미드 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전기차 타이어, 5G(5세대 이동통신) 광케이블, 방탄·우주항공 소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구미공장에 약 220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 펄프 연간 생산량을 1500톤에서 3000톤으로 대폭 늘렸다. 또한 지난해 12월말에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연간 7500톤에서 1만5000톤으로 두 배 이상 늘려 아라미드를 기반으로 한 실적 턴어라운드(개선)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밖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내년 1월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설 사업부문은 자동차와 가구 등에 쓰이는 인조가죽 시트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동차 인테리어 소재에서 부품까지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 생산 및 판매에 양사가 보유한 역량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 수요와 시장환경 변화에 보다 경쟁력 있게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사업 부문 통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분할합병으로 회사는 소재부터 부품까지 단일화된 공급 체계와 통합된 판매 네트워크를 갖춰 고객사 수요와 시장 환경 변화에 더욱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자동차 첨단 소재 사업 부문에서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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