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활약…증권사, 해외 증시 수수료 수익원 '자리매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 증시 거래 수수료가 큰 뭉치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이른바 ‘서학개미’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맴도는 등 부진이 이어지는 반면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뜨거운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주식 거래대금은 줄어들지만, 해외 거래대금은 증가하며 해외주식 수수료가 확대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18조1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액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섰다. 특히 해외주식의 경우 평균 수수료율이 국내주식 대비 높다는 점은 매력 요소다.
올해 3분기 기준 해외주식 평균 수수료율은 8.1%인데 반해 국내주식은 1.4%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 키움증권은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80% 불어나며 524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도 508억원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을 내 78.8% 성장했다.
또 동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148%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77%와 5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결국 해외 증시 거래 수수료는 실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증권사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쏠림 현상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가 계속된다.
간밤에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4.14포인트(0.69%) 뛴 44,293.1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81포인트(0.1%) 오른 6,001.3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99포인트(0.06%) 상승한 19,298.76을 기록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킹메이커’로 떠오르며 서학개미들의 인기 1위에 올랐다. 서학개미들의 테슬라 보관액은 이틀 만에 3조5000억원 이상 급증했고, 시가총액도 단숨에 1조달러를 훌쩍 넘기기도 했을 정도다.
미국 주식시장은 감세 및 규제 완화에 따른 경기 낙관과 인공지능(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이 사상 최고치의 주가지수를 지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양호한 투자심리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는 내년 해외주식 투자는 트럼프 2.0을 맞아 변화하는 것과 이어지는 것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에 대응하는 주요 국가들의 전략이 중요하다”며 “AI의 성장과 이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매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유치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자 증가 추세에 발맞춰 해외투자형 랩어카운트 3종(메리츠글로벌토러스랩 ·메리츠글로벌 더퍼블릭랩·메리츠글로벌레그넘EMP랩)을 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 쏠(SOL)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모으기 서비스인 ‘정기 투자하기’ 서비스를 고도화해 오픈하면서, 해외주식 소수점거래가 가능한 종목에만 적용됐던 서비스를 미국 전 종목으로 확대됐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아예 PB(Private Banker)들의 해외주식 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24년 ‘해외주식 리더’를 선발해 해외주식 자산을 통한 고객 수익률 향상을 목표로 이를 도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MTS ‘한국투자’ 앱을 통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절세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새 MTS ‘뉴티레이더M’을 선보였는데 해외선물 옵션 투자자를 위해 ‘해외선물 옵션 모드’를 함께 제공해 서비스를 확대했다.
KB증권은 해외선물·옵션 투자자를 위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22개 상품에 대한 해외선물 온라인 거래 수수료 할인, 해외선물·옵션 거래량에 따른 거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외주식 투자자는 반대로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증가를 견인할 돌파구로 자리잡으며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