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서민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상생금융' 실천해야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올해 3분기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총 이자 이익이 30조를 훌쩍 넘었다. 1~9월 합산 이익은 총 3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대출 규모가 커진데다 고금리 대출로 인한 이자 수익이 급등한 영향인데, 서민들의 고통으로 손쉽게 호실적을 거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올 여름 부동산 과열 시기에 빚 내서 내 집 마련에 나선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대출로 버텨온 영세 소상공인들은 이자 부담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대부업체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점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오히려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가계부채 억제 기조 속에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 기본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역주행을 이어간 것이다. 여기엔 오락가락 행보로 은행 배만 불린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시중은행들이 그야말로 역대급 경영 실적을 거두면서 성과급 규모도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성과급이 실적에 비례해 책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연말 성대한 돈 잔치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기본급의 200~3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별도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한 곳도 있다.
금융업은 자격이 있는 한정된 대상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많은 특혜가 주어진다. 아울러 금융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어 일반 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높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은행이 수익만 좇으며 고리대금업자 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올해 초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경영 전략의 최우선 목표로 일제히 상생금융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일부 소상공인들에게 이자를 환급해주고, 연탄 봉사활동이나 취약계층 대상 금융 교육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중도상환수수료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있는데, 당장 큰 금액을 일시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차주가 얼마나 있겠냐는 쓴 소리가 나온다.
서민이 상생금융을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노린 경기 회복은 요원해졌다.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제2금융권보다 더 높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진정한 상생이란 무엇일까.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