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자회사에 힘 쏟는 보험사…일감 몰아주기‧스카우트 경쟁에 소비자 피해 우려도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11.05 08:27 ㅣ 수정 : 2024.11.05 08:36

ABL생명, ABA금융서비스에 자본 수혈…142억원 추가 출자하며 강화
생‧손보업계, 중‧대형사 모두 GA 자회사에 자본 투입하며 규모 확대
모회사 상품 편중‧GA 스카우트 경쟁 등 소비자 권리 보장 미비 지적
업계 "상품 편중, 자회사형 GA 공통 현상…업계 해결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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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을 강화하면서 GA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GA 자회사가 모회사의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자사 상품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GA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등 GA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ABL생명은 최근 GA 자회사 ABA금융서비스에 142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ABL생명의 자본 규모는 331억원으로 확대됐다. ABA금융서비스는 이번 모회사의 자금 지원으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외부 조직 도입과 영업조직 경쟁력 강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보업계의 GA 자회사 강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IA생명은 GA 자회사 AIA프리미어파트너스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1월 180억원, 7월 250억원 총 33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동양생명은 4월 동양생명금융서비스에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를 통해 대면채널의 영업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KB라이프생명도 지난해 12월 GA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흥국생명 역시 올 초 HK금융파트너스에 100억원을 출자하며 자금 지원에 나섰다.

 

손보업계도 GA 자회사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2월 삼성화재금융서비스에 300억원을 출자했다. 인력과 조직 확대에 나서면서 올해 9월말 5251명의 인력을 확보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2월 자회사 GA 마이금융파트너에 300억원을 투입했다.

 

보험사들이 GA 자회사에 힘을 주면서 GA 업계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설계사 확보를 위한 GA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GA 업계에서는 설계사를 확보하기 위해 정착금 제도 경쟁이 심화되기도 했다. 또 잦은 설계사의 이직으로 인한 승환계약‧불완전판매 발생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업권 내 건전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A협회는 전일 GA 건전경쟁질서 확립 및 소비자 신뢰도 제고를 위한 '2024년 3분기 정착지원금 공시'를 실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속 설계사 수가 100인 이상인 중‧대형 GA 167개를 대상으로 정착지원금 운영 현황을 공시한 것이다.

 

GA협회 관계자는 "투명한 정착지원금을 운영해 GA 업권의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건전한 경쟁환경 조성, 모집시장의 공정경쟁 질서 확립,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GA 자회사에 힘을 주면서 자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GA는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으나, 모회사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다뤄 이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GA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올해 9월 기준 생명보험 판매액 1271억원 가운데 1239억원(97.5%)가 한화생명의 상품으로 집계됐다.

 

다른 보험사의 GA 자회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신계약 2만4647건 가운데 2만3690건(96.1%)가 삼성생명 상품이었으며, 삼성화재금융서비스 역시 손해보험 신계약 14만5678건 가운데 14만4490건(99.2%)을 삼성화재 상품으로 채웠다.

 

금융당국은 국감에서 해당 사안이 지적된 만큼 모회사 상품 편중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없어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3개 이상 상품의 비교‧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GA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보험사를 모회사로 둔 자회사형 GA들이 모회사의 지원을 받으며 규모를 확대하고 나섰다"면서 "상품 판매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을 넘어 모회사릐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면서 여러 상품을 비교해 제공한다는 GA의 설립 취지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과도기적인 상황일 뿐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판분리 시행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GA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한다면 GA뿐 아니라 보험사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 나타나는 현상일 뿐 GA업계가 자리를 잡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품 편중 현상은 자회사형 GA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보험사와 GA들이 풀어야 하는 숙제"라며 "모범규준 활성화 등 제도를 준수하며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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