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피아니스트 "현대 사회에 쉼표 같은 시간 선사"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클래식은 최근 현대 대중문화와 손을 잡으며 청중들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이와 관련해 김용진 피아니스트가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KPC CEO 북클럽 행사에서 '연주가 있는 클래식 인문'을 주제로 클래식 음악 거장들과 그들의 인생을 소개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국내 유명 에듀테이너(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또는 엔터테이너)이기도 한 김용진 피아니스트는 현재 서경대학교 특임 교수이자 오산 위클리클래식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강연은 김 피아니스트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청중들에게 클래식 음악과 인문학적 성찰을 결합한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 피아니스트는 바하, 베토벤, 쇼팽 등 세계적인 음악가의 인생 여정을 되짚으며 그들이 삶에서 겪은 도전과 극복을 청중과 공유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는 클래식 음악이 현대 대중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아이돌 그룹 H.O.T의 '아이야'와 유사한 멜로디 구조를 가졌다는 점과 걸그룹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필 마이 리듬)'이 바하의 'G선상의 아리아'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을 언급하며 클래식이 현대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강연 중 클래식 곡을 전자음으로 재해석해 대중들이 클래식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광고 음악과 영화에 등장한 친숙한 곡들을 연주했다.
영화배우 한석규가 등장한 CF에서 쓰인 여성 재즈싱어 사라 본의 '어 러버스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와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리버 플로우스 인 유)’도 연주해 청중에게 클래식이 대중문화 속에서 살아 쉼 쉬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 피아니스트는 강연을 통해 바하의 깊이 있는 선율, 베토벤의 열정, 쇼팽의 감성, 리스트의 화려한 기교를 다룬 곡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며 클래식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달했다.
그는 강연에서 “감성이 메말라가는 요즘, 감성을 말랑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며 음악에서 쉼표가 주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쉼표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공간감이 달라진다”며 "좋은 연주와 그렇지 못한 연주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쉼표의 연주"라고 덧붙였다.
그는 '피로사회'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쉼표’의 중요성을 깨닫고 클래식 음악이 삶의 공간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진 피아니스트는 클래식 음악을 더 깊이 있게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신간 '88클래식'을 출간해 클래식 입문자에게 친숙한 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다.
KPC CEO 북클럽은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임원, 공공기관 단체장,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열리며 박성중 전(前) 국회의원이 총괄 디렉터로 조찬 세미나를 이끌고 있다.
다음 강연은 11월 14일에 열릴 예정이며 조성준 서울대학교 교수가 ‘데이터 천재들은 어떻게 기획하고 분석할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