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빠진 햄버거...다음엔 뭐가 빠질까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제대로 끼니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찾게 되는 음식이 패스트푸드다. 그중에서도 햄버거는 구운 분쇄육에 토마토, 양상추 등 각종 채소가 들어가 그나마 영양적 균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 채소 없는 햄버거를 먹어야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15일 한국맥도날드는 당분간 일부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빼기로 결정했다. 올 여름 폭염과 기상 악화에 토마토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토마토를 없애는 대신에 무료 음료 쿠폰을 내밀었다.
많은 언론이 '토마토 없는 햄버거'에 놀라 부리나케 보도를 쏟아낼 당시 한 업계 관계자의 질문이 귀를 때렸다.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진 게 국민 생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후 문제가 앞으로 지속될 텐데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없을까요?"
토마토 없는 햄버거가 당장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삼시세끼 햄버거만 먹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한 번 하게 될 외식 메뉴 중에 햄버거를 고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지구가 끓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식탁 위에서 토마토가 없어질지 다른 채소가 없어질지, 나아가 주식인 쌀과 밀이 없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올 여름은 '섭씨 33도'라는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하는데,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올 8∼9월 폭염일은 22.8일에 달했다. 역대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과 2018년 만큼의 가마솥 더위를 다시 겪은 셈이다.
폭염에 토마토는 물론 대부분의 농산물이 축 늘어지며 생육에 차질을 빚었다. 토마토가 잘 자라는 재배 온도는 30도까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낮 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유지되면 토마토 크기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토마토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토마토 소매 가격은 1만 4105원(1kg, 이달 18일 기준)으로, 평년 7763원 대비 28.87% 올랐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온이 9월 하순부터 내려가면서 토마토 착과량이 늘어나고 생육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공급 여건도 점차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토마토 사태와 관련해 "스마트팜과 비축, 품종 개발 등의 내용으로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연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지난 2020년에도 이미 우리는 '토마토 없는 햄버거'를 먹었다. 버거킹과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여름철 이상 기후로 토마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일부 제품에서 토마토를 빼고 제공했다.
이상기후와 폭염, 지구 온난화 문제는 매년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조직도 조용하다.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는 조성 사업 첫해부터 지연됐고, 지난해 예산 21억 원도 미처 쓰지 못했다.
정부가 변화에 대처하지 않고 반복된 문제를 답습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농식품부의 기후변화 대책은 더 멀리 보고 더 촘촘하게 제시돼야 한다. 토마토로 대변된, 벼랑 끝에 놓인 국내산 농수산품을 구하기 위해 정부는 더 엄중하게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올해는 토마토로 끝났지만, 내년에는 식탁에서 어떤 채소가 퇴출될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