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10.25 01:02 ㅣ 수정 : 2024.10.25 01:02
아베 전 총리의 묻지 마 융자와 지원금 덕분에 연명하던 기업들 이제야 비명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느새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이로 인한 개인사업자와 영세기업들의 도산이 다시금 증가하면서 일본 사회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시절에 코로나가 유행하며 각종 지원금과 무이자 대출 등으로 산소호흡기를 달아놨던 기업들이 정부지원이 끊기고 본격적인 대출금 상환시기가 도래하면서 다시금 수명을 다하는 모양새인데 애꿎은 이시바 정권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계속되는 물가상승에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5095건의 기업도산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5000건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연말까지 같은 속도가 이어진다면 연간 도산건수 역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도산한 기업의 70% 가량은 개인사업자와 자본금 1000만 엔 미만의 영세기업으로 음식점과 중소규모 여행사, 호텔 등의 소매업자와 서비스업자들이 대다수다. 이들에게 융자한 곳은 대형은행이 아닌 지방의 소규모 신용금고와 신용조합들인데 관련된 피해예상액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어 일본 경제에 있어서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시바 총리는 이번 달 1일, 가토 가츠노부(加藤 勝信) 금융상에게 지역금융기관들의 금융 중개기능을 점검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금융청은 즉시 전국의 400개 가까운 신용금고와 신용조합에 대한 점검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자민당 총재 선거 때만 하더라도 추가 금리인상을 강하게 예고했던 이시바 총리였지만 이번 달 2일 우에다 카즈오(植田 和男) 일본은행 총재와 가진 첫 회담에서는 ‘개인적으로는 현재 추가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기업은 물론 지방의 중소규모 은행들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인데 대출금리가 오르면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그만큼 금융기관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예금 금리까지 오르면 체력이 약한 중소 은행들은 사활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만에 하나 은행들이 파산할 위기에 몰릴 경우 일본 정부는 금융기능 강화법에 의거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데 이미 5개 지방은행과 13개 신용금고에 4000억 엔에 가까운 나랏돈을 빌려준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갚지 못하고 은행이 파산에 이른다면 공적자금은 회수 불가능한 보조금이 되어버리고 만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야마가타현의 키라야카은행(きらやか銀行)이 공적자금을 예정대로 변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국유화 상태에 빠져버렸다.
즉, 다수의 좀비기업이 추가로 좀비은행을 만들어내는 셈인데 전 총리들이 애써 억누르고 무시해왔던 문제에 이시바 총리가 처음으로 메스를 꺼내든 상황인지라 어떤 해결책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