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3세 '허진수·희수' 형제 경영 보폭 넓힌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SPC의 3세 경영이 두드러지고 있다. 허희수 SPC 부사장이 배스킨라빈스 신제품 론칭 행사에 직접 나섰고, 허진수 사장도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허영인 회장의 구속과 보석 이후 SPC그룹 총수 일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진수·희수 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며 글로벌과 디지털 혁신으로 각자의 사업 영역을 다지는 모습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허진수 SPC그룹 사장은 19일부터 2박4일 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길에 함께 올랐다. 허 사장의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은 지난해 베트남과 중동에 이어 세 번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동행했는데, 유통가에서는 SPC그룹이 유일했다.
이들은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현지 기업인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 및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 허 사장은 19∼21일 체코 프라하에서 '파리바게뜨 유럽 리더십 회의'를 열고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동유럽 시장 진출 계획을 모색했다. 회의에서 잭 모란(Jack F. Moran) SPC그룹 유럽 총괄 등과 동유럽 수출 확대 및 판로 확보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얀 미할(Jan Michal) 체코 투자청장 등과 별도 일정을 갖고 투자시장 동향과 투자전략 관련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체코 금융당국 및 주요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동유럽 시장상황과 K베이커리 수출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허 사장의 이번 체코행은 SPC 산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동유럽 시장 개척을 위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순방길에 오르며 "이번 경제사절단 참여를 통해 K푸드를 동유럽 시장에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출 확대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허 사장은 여러 해외 사업장을 오가며 SPC그룹의 사업 진출에 앞장서 왔다. 파리바게뜨는 북미 지역에 1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만 20여 곳이 개점하고 83곳이 신규 가맹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파리바게뜨는 북미를 넘어 영국·프랑스 등 유럽과 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까지 11개국에서 590호점 개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허 사장이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 만큼 2030년 파리바게뜨 목표는 북미 시장에서 1000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이탈리아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희수 부사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푸드테크 신사업으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본인이 전략총괄을 맡고 있는 비알코리아에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브랜드에 AI를 적극 도입했는데, 현장 경영에도 나서며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던킨 원더스 청담에서 '원더스(Wonders)' 프로젝트 공개 행사가 열렸다. 허 부사장은 현장에 방문해 "던킨 원더스는 SPC그룹이 80년 가까이 축적해 온 최고 수준의 식품 R&D 역량과 AI 활용이 만난 기술 혁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던킨 원더스는 프리미엄 콘셉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허 부사장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AI 기술 혁신을 제품과 고객 서비스에 활용했다. 매장 내 'AI랩(LAB)'에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차별화 제품을 선보인다.
앞선 올해 초 허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 플래그십 스토어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이하 워크샵)'의 기획부터 매장 개점, 신제품 출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워크샵은 구글 최신 인공지능 제미나이를 활용해 아이스크림 원료를 배합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 최근 SK텔레콤과 AI 기술을 기반으로 상호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AI를 활용해 SPC그룹의 멤버십 앱 '해피포인트'에서 고객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허 부사장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SPC그룹 전반에 적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넘어 삼립식품, 파리바게뜨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 가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수요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해 브랜드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SPC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체코는 유럽 진출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거점인 만큼 허 사장은 현지 시장 상황과 투자 전략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