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④] 보험·카드사 여성 임원 비율 낮은 이유…'남성성' 반영된 승진 평가 기준이 문제
빅3 생보사‧빅5 손보사‧8개 카드사 여성 임원 비율 11%
상위 5개 손보사 여성 임원 비율 8.3%로 10% 밑돌아
DB손보, 직원 57%가 여성인데 임원 64명 중 여성 1명
카드업계 여성 임원 비율 11.9%…현대카드 18.3% '1위'
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 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내 '빅3' 생명보험사와 '빅5' 손해보험사, 8개 카드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11.1%로 나타났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가장 높은 여성 임원 비율을 나타냈다. 현대카드는 생‧손보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
여성 임원 비율이 10%를 넘어서면서 여성 임원 비중은 확대됐으나 각 사별 격차는 커지고 있다. 여성 임원 수가 두 자릿수를 보인 곳도 있는 반면 1명에 불과한 곳도 있어 차이가 크다. 여성 직원 비율이 40~50% 수준임에도 여성 임원 비율이 턱없이 낮아 성별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교보생명, '빅3' 생보사 중 여성 임원 비율 ‘한 자릿수’ 유일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빅3 생보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임원 총 228명 중 여성 임원은 29명으로 12.7%를 차지했다.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우 임원 64명 중 여성 임원은 9명으로 14.1%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여성 임원 비율은 '빅3' 생보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여성 직원 비중 44.2%와 비교하면 여성 임원 비율은 낮은 수치다.
한화생명은 임원 61명 중 여성 임원은 8명으로 13.1%를 차지한다. 타 금융사와 비교해 낮은 비율은 아니나 역시 여성 직원 비율 46.3%에 비하면 낮다.
교보생명의 여성 임원 비율은 7.7%로, 임원 52명 중 4명에 불과하다. 41%에 달하는 여성 직원 비율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다.
두 곳 모두 여성 직원 비율이 40%를 웃돌지만 임원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의 임원 승진 문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이다.
■ DB손보, 여성 임원 비율 1.6% '최저'
'빅5'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여성 임원 비율은 빅3 생보사에 비해 더욱 낮은 수준이다. 빅5 손보사의 임원 275명 중 여성은 24명으로 8.3%에 그친다. 이들 5개사의 여성 직원 비율이 52.5%로 과반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결과다.
다만 삼성화재의 경우 임원 63명 중 여성 임원은 11명으로 17.5%다. 이는 보험업권 내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특히 보험‧카드업계의 여성 임원이 상무급에만 배치된 데 비해 부사장도 1명 포함돼 있다.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은 7명 중 박성연‧김소영 사외이사 2명이다.
DB손보는 가장 낮은 여성 임원 비율을 보였다. DB손보의 임원 64명 중 여성 임원은 1명으로 1.6%다. 이 1명은 전선애 사외이사로, 사내 여성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DB손보의 여성 직원 비중은 57.4%로 과반을 넘는다. 여성 직원이 더 많음에도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어 유리천장이 가장 공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해상의 여성 임원 비율도 10%를 넘기지 못했다. 현대해상의 임원 62명 중 여성은 6명으로 9.7%다. KB손보는 42명 중 3명(7,1%), 메리츠화재는 44명 중 3명(6.8%)로 역시 10%가 되지 않았다.
이들 3사는 모두 여성 직원 비중이 50%를 넘는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손보업계 상위 5개사 중 가장 높은 여성 직원 비율(59.3%)을 보였음에도 DB손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여성 임원 비율을 나타냈다.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수를 보면 현대해상은 7명 중 김태진 사외이사 1명, KB손보는 6명 중 김수인 사외이사 1명, 메리츠화재는 5명 중 김명애 사외이사 1명으로 모두 1명에 불과했다.
■ 카드업계 여성 임원 비율 현대카드 '1위'
카드업계의 여성 임원 비율은 세 업권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임원 총 246명 중 여성은 30명으로 12.2%다.
신한카드의 경우 임원 17명 중 2명이 여성으로 11.8%를 차지했다. 다만 성영애 사외이사 1명을 제외하면 사내 임원은 1명에 그친다. 이사회 내에서도 여성은 8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삼성카드의 여성 임원은 28명 중 4명으로 14.3%다.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여성은 임혜란 사외이사 1명이다. KB국민카드는 임원 26명 중 2명이 여성으로 7.7%를 차지한다. 이사회 구성원인 최자영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사내 여성 임원은 1명이다.
현대카드는 임원 60명 중 11명이 여성으로 18.3%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카드업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현대카드는 타사 대비 2~3배 가량 많은 임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가장 비율이 높다. 여성 임원이 많고 여성 직원 비율도 54.2%로 높아 직원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상사가 많다. 다만 이사회 내 여성은 한 명도 없어 성별 다양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카드는 20명 중 3명(15%), BC카드는 30명 중 4명(13.3%)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다. 하나카드는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전선애‧권숙교 사외이사 2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하고 있다. BC카드 박순애 사외이사 1명뿐이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한 자릿수의 여성 임원을 배치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여성 임원은 43명 중 3명으로 7%에 그친다. 우리카드는 임원 22명 중 1명(4.5%)만이 여성이다. 롯데카드는 이사회 구성원 9명 중 김수진‧이복실 사외이사 2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으나, 우리카드는 이사회 내 여성 임원이 없다.
■ "여성 특징 반영된 평가기준 마련해야"
금융권은 여성의 승진 기회가 적은 업권이다.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마주하면서 커리어를 쌓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력단절로 경영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전략‧재무 부서에 배치될 기회가 줄어들고,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로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여성 직원의 경우 통상 근속기간이 남성 직원에 비해 짧다"면서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여성이 육아를 담당하는 비중이 크고, 현실적으로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사마다 다양한 모성보호 제도와 여성 직원 대상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인사기준이 '남성의 기준에서 본 합리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직원 비중이 더 많은 기업에서도 남성 임원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사평가를 할 때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기준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병권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남성 경영자가 보는 합리성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승진이나 업무 배정 과정이 남성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합리성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 직원이 롤모델로 삼을만한 여성 임원 역시 이에 부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리더십을 평가할 때 '진두지휘'라는 항목으로 평가한다면 남성성이 부각되지만 조화, 서포트하는 리더십 등 여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항목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남성의 리더십 기준이 더욱 많이 반영돼 승진 평가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조직에서 승진 평가 등 의사결정을 할 때 여성이 가진 기본적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 경영자들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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