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1500원 vs 48만원...극심한 커피 양극화에 '이디야·탐앤탐스' 사면초가

서민지 기자 입력 : 2024.09.16 10:02 ㅣ 수정 : 2024.09.16 15:03

'바샤커피·인텔리젠시아' 해외 고가 브랜드 국내 진출
'빽다방·컴포즈·메가' 저가 박리다매 전략 지속 성장세
'이디야·탐앤탐스' 가격인상 후 어정쩡한 '샌드위치'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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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국내 커피 업계가 '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커피'가 속한 저가형과 '바샤커피·인텔리젠시아' 등 해외 고가형 브랜드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불황형 소비가 증가하면서 저렴하거나 터무니 없이 비싼 선택지만 남은 셈이다. 이에 '이디야·탐앤탐' 등 국내 토종 1세대 브랜드들은 중간 지대에서 급히 생존 존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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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커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13일 업계에 따르면 모로코의 바샤커피가 지난달 서울 청담동에 상륙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릴 만큼 높은 가격대의 럭셔리 커피로 유명하다. 올해 안에 명동 2호점, 내년 초엔 잠실 3호점을 열 예정이다.

 

또 '미국의 3대 커피'로 불리는 인텔리젠시아도 올해 초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열었다. 이후 석달만에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2호점을 내면서 확산 중이다. 인텔리젠시아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하면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외 커피 브랜드들의 주요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커피 시장에서 하이엔드 전략으로 최상위 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미다. 실제 바샤커피의 커피 한 잔 가격은 최저가 골드팟 350㎖ 기준 1만 6000원부터 시작한다. 최고가는 '파라이소 골드'로 350㎖에 무려 48만 원이다. 인텔리젠시아는 매 시즌 고가의 한정판 원두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시장성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1인당 평균 소비량과 비교하면 2배나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 729개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저가 커피 시장을 잠식한 빽다방, 컴포즈커피, 메가커피의 인기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각각 1452개, 2361개, 2709개를 기록했다. 실적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메가커피의 운영사 엔하우스는 지난해 매출 3684억 원과 영업익 694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7%, 124.1% 급증했다.

 

저가형 커피 브랜드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한다. 500㎖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1500∼2000원에 불과하다. 또 테이크아웃 손님을 집중 공략하며 회전율까지 높였다. 이익 규모가 커지자 메가커피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컴포즈커피는 아이돌그룹 BTS의 멤버 뷔 등 유명 모델을 기용하며 매장 수를 넓혀가고 있다. 

 

저가와 고가로 몰리는 소비 행태에 '사면초가'가 된 건 1세대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다. 이디야커피와 탐앤탐스 등은 2000년대 초반 등장했는데 당시 이들은 다른 커피 전문점 대비 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성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디야는 돌연 품질 강화를 내세우며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후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또 인건비와 국제 원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고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말 '2022년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커피전문점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연간 5010만 원으로 편의점(1억 3370만 원), 치킨(1억 1840만 원)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이디야의 매출은 27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2012년 이디야의 기업 공개 이후 첫 마이너스 사례다. 당기순이익 역시 34억 원으로 반토막 수준을 보였다.

 

실적은 매장 수 감소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22년 이디야커피 점포 수는 3019개로 전년 대비 1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탐앤탐스의 점포 수는 지난해 기준 257개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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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 새 브랜드 CI 후보 'ODO' [사진=이디야]

 

상황이 이렇자 이디야와 탐앤탐스는 급히 리브랜딩에 나섰다.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고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20년 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디야는 올 하반기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름 초성을 활용한 'ODO'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CI 변경도 추진 중이다.

 

탐앤탐스는 전시회 전용 매장인 갤러리탐 압구정에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엔 '5인의 AR ART展'을 두 달 간 운영했다. 갤러리탐은 탐앤탐스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작품 감상의 기회를 선보이며 예술 진입 장벽을 낮추는 프로젝트다. 

 

이디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불필요한 광고 선전비를 줄여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중점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하반기 리브랜딩에 집중할 예정이며 동시에 괌 2, 3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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