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AI 미래 정책 포럼(하)] “국내 박사급 AI연구원, 미국 취업하면 연봉 5~20배 올라”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9.05 14:25 ㅣ 수정 : 2024.09.06 13:30
‘AI와 DX의 미래 정책 방향’ 포럼서 AI 관련 법안 관련 토의 진행 과방위 전문가‧AI 기업 대표‧교수‧전 장관 등 참석해 국회 역할 제시 국회가 AI를 어느 수준에서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이어져야
AI(인공지능)과 DX(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와 경제 모든 분야에 변혁을 가져왔다. 정치‧경제‧사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첨단 기술 발달이 가져올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와 일자리 감소‧사회 양극화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 개최된 ‘AI와 DX의 미래 정책 방향’ 포럼에 참석해 정치‧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AI 발전의 미래와 정책 방향에 대해 취재,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4일 'AI(인공지능)와 DX(디지털전환)의 미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포럼의 종합토론에서 주목할만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규제를 최소화한 개발의 중요성과 AI가 만들 수 있는 사회 병폐에 대한 우려가 논의됐다. 또 성장과 분배의 양 측면을 고려한 입법 방향을 강조했다.
■ 류제명 실장 “시장 보호 앞장선 EU 6% 성장할 때 자율 강조한 미국은 80% 성장…EU와 미국 중간 선택해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국내 AI법 논의 현황과 미국‧유럽의 정책 등을 비교하며 국회가 AI법을 다뤄야 할 수준에 대해 논의했다.
류 실장은 “어제(3일) 처음으로 과방위에서 AI 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AI의 위험에 대한 관리, 혁신에 대한 동력은 어떻게 보장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면서 “서두르돼 제대로 된 의견을 모아서 가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류 실장은 “무엇보다도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기업의 투자에 대한 AI의 규제 등 법적인 이슈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며 “전문가들이 공청회 과정에 참여하고,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관계해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류 실장은 AI 관련법을 개정하며 규제와 자율의 다른 선택을 한 EU와 미국의 예를 들어가며 국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EU는 시장을 보호하는 일관된 태도로 법을 만들고 있다”면서 “15년 전 EU의 국내 총 생산량은 15조2000억달러 미국은 12조 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15년 후 (자율을 선택한) 미국은 26조 달러로 80% 성장을 이뤘고, EU는 6% 성장하는데 그쳤다. 15년 뒤의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방위는 EU와 미국의 중간 정도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특색 있는 법적인 틀을 갖추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이용재 대표 “AI 기술 수준에 국가 운영이 좌우되는 시기 도래…국내 대응 쉽지 않아 빠른 입법 필요”
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는 선점 효과가 매우 큰 AI 산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내 현실을 비판하며 AI 관련법들의 조속한 입법 추진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먼저 자신의 회사를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교육 앱을 판매하는 회사’라고 소개하며 AI 기업을 운영하는 자신의 전문성을 부각했다.
이 대표는 “AI기술이 인간의 업무 능력을 넘어서고 나면 AI 기술 수준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AI 산업은 규모의 경제나 서비스의 고도화 측면에서 선점 효과가 상당한 분야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은 매우 공격적으로 AI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투자가 얼어붙어 있다”고 되짚으면서 “국가별 투자 규모에서의 차이도 매우 크다. 박사급 연구원들이 국내 대기업에서 발을 돌려 미국에 취업을 하면 5~20배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포럼과 같은 자리가 마련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AI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입법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준영 센터장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한 국회 경험이 AI법 만드는데 큰 도움 될것”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AI 센터장은 데이터 관련 법안을 잘 갖춘 우리나라 국회의 노하우를 AI 관련법을 만드는 과정에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먼저, 장 센터장은 AI 입법과 관련한 EU와 미국의 다른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장 센터장은 “EU가 AI법을 만든 첫 국가다. 시민 권리를 위한다는 입장에서는 긍정 측면이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면서 “미국은 철저히 기업의 자율적인 개발과 기술 선도 중심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각 정부가 AI를 규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 장 센터장은 데이터 관련 법안을 만들어 온 국내 경험을 AI 관련법을 만드는데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데이터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2014년 공공데이터 활성화 법률. 2020년 지능정보화 기본법, 2021년 데이터 기본법 등을 만들었다”고 언급하면서 “AI 관련 법안도 데이터 관련법을 개선하고 발전해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 최보름 교수 “양질의 공공데이터 활용해 사회 양극화 줄이는 게 교육의 본분”
최보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AI 활용 실태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 분야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과제를 하면서 한정되고 압축된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에 어려움을 느낀다. 원시데이터가 공개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AI를 활용한 교육이 사회 양극화를 막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교육에 도입되면서 학생이 제출한 논문의 내용과 질이 굉장히 높아졌다. AI를 활용하는 학생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AI의 장단점이 있어서 AI 사용을 막을 수는 없고, 어떻게 활용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다양한 분야에서 AI활용이 이뤄지면 좋겠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소득 증대를 이끌었다”면서 “교육 분야에서 저소득 계층에 대한 AI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영선 전 장관 “윤석열 정부의 AI국가위원회는 수직 문화 속에서 큰 성과 기대 어려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생각의 속도를 줄이는 AI혁신에 필요한 새로운 체제와 현 정부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박 전 장관은 “AI와 DX의 미래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 굉장히 시의적절한 발표를 했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로봇 기본법을 제출했지만 폐기됐다. 그 당시 로봇기본법은 시기상조였다”면서 혁신을 위한 법이 제재에 의해 없어진 경험을 말했다. 이어 “붉은 깃발법을 만든 영국의 법에 의해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의 패권국가가 되었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이어 산업혁명시대와 AI시대가 바라보는 혁신의 개념에 대해 짚었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은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기술 혁신이었지만 AI 시대는 생각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 혁신”이라면서 “AI 발전 속도를 사람이 제어할 수가 없다. 국회가 AI를 어느 수준에서 규제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 AI 발달의 병목‧정체 단계에 있다. 암기 위주의 교육, 수직적인 교육으로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사람이 AI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사회는 경직화되어간다. 수직적인 사회에서는 AI 선도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너무 취해있었다. IBM이 슈퍼컴에 취해 있다가 스마트폰 시대에 저물어갔다”며 “AI와 관련된 규제 수준이 우리가 선도 국가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수직 문화가 AI법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AI국가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여기는 각 부처 장관 및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다. 이런 위원회가 대단한 성과를 거둔 적은 드물다”고 말하면서 “수직적인 문화에서 지시에 의해 따라가면 혁신을 할 수 없다. 소통을 통한 국회의 법제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