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북적'…증권사 주관 경쟁, DCM 강화 총력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회사채 시장이 짧은 휴지기를 마치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휴가철과 반기 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된 상황에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까지 더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재개에 속속 뛰어들면서다.
특히 우호적인 시장 상황을 노려 회사채 주관뿐만 아니라 증권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상반기 대체로 호실적을 냈던 주요 증권사들은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반기도 채권자본시장(DCM) 등 IB 분야 주관 실적이 중요해진 영향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등급 여전채(3년 만기 기준) 금리는 지난달 24일 연 3.392%를 기록한 뒤 줄곧 연 3.3%대 유지 중이다. 2022년 3월 31일(연 3.323%) 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일반 회사채(여신전문금융사채·자산유동화증권 등 제외) 발행 물량은 지난달 4조8990억원으로 전년 7월(3조3840억원)보다 44.8% 증가했다. 8월도 전년 실적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적 요인 등으로 한동안 쉬어갔던 회사채 시장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발행이 시작됐다. 추석 연휴(9월 16~18일) 이후인 다음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회사채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밑도는 상황에서 낮은 이자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자 기업들은 추석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실제 추석 연휴 전까지만해도 20여곳이 넘는 회사채 발행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액만 6조원이 넘는 규모다. 조달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행보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총 2000억원을 조달하고자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5년물 1000억원에는 5300억원, 7년물 400억원에는 700억원, 10년물 600억원에는 1700억원의 주문을 받아 목표액의 3배가 넘는 수요를 확보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 발행 예정일은 내달 4일이다.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맡았다. 인수단은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이다.
SK도 2500억원을 마련하고자 지난 21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목표액의 4배가 넘는 자금이 모였다. 주관사는 KB증권과 SK증권이다. 인수단은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 부국증권, 하나증권, iM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현대차증권, 신영증권이다.
이 외에도 9월 한화(A+)와 삼성물산(AA+), 포스코인터내셔널(AA-), 두산에너빌리티(BBB+) 등 굵직한 기업들이 각각 수천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증권사들의 발행도 이어진다. KB증권(AA+)과 키움증권(AA-)은 일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양사 모두 목표한 물량의 수 배에 달하는 주문을 접수하며 원하는 규모의 자금을 무리없이 조달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지난 26일 2년 만기 1500억원, 3년 만기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수요예측 결과 2년 만기에 2900억원, 3년 만기에 5500억원 등 총 840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으로 9월4일 회사채가 발행된다. KB증권의 신용등급은 ‘AA+’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우량한 수준이다.
키움증권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 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모채 발행 물량을 기존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키움증권은 당초 공모채 2년물 700억원, 3년물 800억원을 합쳐 총 15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다. 지난 28일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2년물에 4450억원, 3년물에 7050억원이 몰리면서 증액을 결정했다.
대표 인수 주관은 KB증권이 맡으며 인수단으로는 iM증권, 부국증권, 흥국증권, BNK투자증권이 참여한다. 발행 예정일은 다음달 4일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규제가 강화하자 호조를 보이는 DCM 공략에 적극 나섰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기존 IB 강자들 외 중소형 증권사들도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업계는 회사채 시장에 활기가 더해지면서 먹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증권사들의 주관 수임 경쟁뿐 아니라 증권채 발행 주관까지 섭렵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 내 기업들의 조달시계도 빨라졌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계절적 비수기 등의 요인으로 인해 주춤했던 수요예측이 8월 중순 이후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라며 “특히 일정상 9월에는 국내적으로는 추석 연휴와 국외적으로는 FOMC가 대기하는 상황에서 그 이전에 발행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