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인상' 자금 확보 나선 저축은행…대출 영업 활성화로 적자 벗어날까
하반기 예‧적금 금리 인상…여‧수신 '축소' 상반기와 다른 분위기
저축은행 6월말 여신 잔액 98조66억원, 전년말 대비 5.84% 감소
연체율 상승‧적자 등 재무 건전성 개선에 보수적 대출 취급 영향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수신금리를 인상하며 대출영업 확대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2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이달 19일 정기예금 금리를 0.3%포인트(p) 인상했다. 영업점, 인터넷뱅킹, 자사 앱 '사이다뱅크'에서 판매 중인 정기예금(12개월 가입 기준) 상품 대상이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7일에도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파킹통장) 금리를 기존 2.9%에서 3.2%로 0.3%p 인상한 바 있다.
SBI저축은행은 이번 정기예금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동시에 수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파킹통장 중 조건 없이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해 업권 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달 12일 최대 연 12%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 '나날이적금(100일)'을 출시했다. 최소 1000원에서 최대 3만원을 정액식으로 매일 적립하는 일일 적금 상품으로, 가입기간은 100일이다.
기본 금리는 연 2%가 적용되며 매일 입금할 때마다 1일 1회 0.1%p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매일 입금에 성공하면 10%p의 금리가 적용돼 최대 연 12%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달 1일에는 최대 연 3.95% 금리를 주는 '처음만난예금'을 출시하기도 했다. △애큐온저축은행 정기예금 첫 거래 0.3%p △개인(신용)정보 마케팅 동의 및 유지 시 0.1%p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0.4%p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도 이달 5일 하루만 맡겨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OK파킹플렉스통장'을 개정 출시했다.
이 상품은 예치해 둔 돈을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입출금통장 상품으로, 우대금리 조건 없이 고금리 혜택을 준다. 예치금 500만원 이하에 대해선 연 3.5%의 금리를 적용하며, 3억원 이하 예치금에는 연 3.0%를 준다.
이 같은 수신금리 인상은 그간 수신금리를 낮게 유지해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취급을 축소해 왔다. 저축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기능만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또 조달한 자금을 차주에게 대출해 줘 이자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으로 수신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을 내주기가 어려워졌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고객에게 대출을 내준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말잔)은 98조66억원으로 전년말 104조936억원에 비해 5.84%(6조870억원) 감소했다. 전년 동기 109조3971억원과 비교하면 10.41%(11조3905억원) 줄었다.
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수신 잔액도 줄었다. 수신 잔액이 많을수록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0조8861억원으로 전년말 107조2626억원에 비해 5.94%(6조3765억원) 감소했다. 전년 동기 114조8870억원과 비교하면 12.19%(14조9억원)이나 축소됐다.
여신은 물론 수신 규모를 축소하던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되고, 법정최고금리 안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빠르게 대출 취급을 늘려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그간 대출은 물론 수신까지 축소해 왔으나 하반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대출영업을 다시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공격적으로 대출 취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지만, 업계 전반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기에 접어든다고 해도 업권이 올해 안으로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적자 폭을 줄이면서 금리가 안정화되면 더욱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려 지점이 많지만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업권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질 거라는 전망은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