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매각 무산, '수의계약' 전환…메리츠화재 재도전 가능성도
예보 "검토 결과 최종 유찰…향후 수의계약 통한 매각 추진 계획"
메리츠화재 인수전 참전 둘러싸고 MG손보 노조 반발하며 잡음
MG손보 노조 "정상적 인수가 산정 의문…당국과 사전 교감" 주장
김용범 부회장 "주주가치 제고 도움되면 완주"…'재도전' 가능성 남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장하며 성사 기대감을 모았던 MG손해보험 인수전이 결국 유찰로 끝났다. 예금보험공사는 향후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예보에 따르면 MG손보 3차 매각 재공고 입찰이 매각주관사, 법률자문사 검토 결과 불발됐다.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등 사모펀드 두 곳과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성사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불발된 것이다.
MG손보 매각은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진행됐다. 지난해 두 차례 시도에서는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지난달 이뤄진 세 번째 매각에는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예비입찰에 나섰으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향후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그간 인수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던 메리츠화재가 나서면서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업의 상품 운용이나 투자 면에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당국이 단기적인 수익성을 노리는 사모펀드보다는 메리츠화재를 선호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의 참전을 두고 잡음도 발생했다. MG손보 인수를 통해 메리츠화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서 "그동안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언급되지 않았던 메리츠화재가 갑자기 나선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MG손보는 2022년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의 관기를 받고 있다. MG손보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올해 1분기말 기준 76.9%(경과조치 적용 후)로 보험업법상 규제 비율은 100%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MG손보를 인수한 이후 K-ICS 비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8000억~1조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자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메리츠화재를 인수한다면 2000억~3000억원 가량의 인수비용 외에 건전성 정상화 비용을 들여야 한다. 계약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건전성 정상화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부담이 적은 P&A 방식을 택한다고 해도 1조원 규모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메리츠화재가 1조원 규모의 비용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MG손보의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아 외연확장 효과가 크지 않고, 전속 채널이 없어 판매채널 면에서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M&A와 P&A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예보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보는 건전성 비율이 낮은 MG손보의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건전성 정상화 자금을 지원해 인수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매각 실패를 거듭하며 금융당국의 골칫거리가 된 MG손보를 인수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시장재편 역할을 보여주고 당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메리츠화재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MG손보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전 참전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MG손보 노조는 이달 14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반대 MG손해보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직원의 고용승계는 물론 피와 눈물로 쌓아온 단체협약 승계를 담보할 수 없는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결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리츠화재의 입찰 참여는 600여명의 MG손보 직원과 시장에서조차도 의구심을 품게 하고 있다"면서 "MG손보를 인수할 진정한 뜻이 있었다면 재공고가 아닌 예비입찰부터 관심을 갖고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간의 재공고 기간으로는 정상적인 인수가격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입찰 참여에서 당국과 사전에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배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보험계약과 우량자산 인수, 그리고 예보의 공적자금만을 노리고 있을 뿐"이라며 "당기순익 손실, 자산규모 4조원의 MG손보를 인수해 합병하겠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차 매각 재입찰이 유찰되면서 예보가 진행할 수의계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메리츠화재가 다시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달 14일 기업설명회(IR)에서 "주당 이익 증가가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성장에 관심이 있고 단순 외형 경쟁은 지양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가격인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이 감당 가능한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 인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수의계약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MG손보 인수를 둘러싼 잡음이 발생한 만큼 수의계약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수의계약은 특정한 시점을 지정하지 않고 인수 희망자가 의사를 밝히면 내부 검토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며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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